News/박근혜_최순실 게이트

[스크랩] `꼼수` 부리다 제 꾀에 걸려든 새누리당 `탄핵 방해자들`

류. 2016. 12. 9. 01:46
`꼼수` 부리다 제 꾀에 걸려든 새누리당 `탄핵 방해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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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미디어다음] 정치일반 
글쓴이 : 한겨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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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BAR_기득권 지키려던 새누리당 ‘집단 실패’의 기록



성난 민심이 사상 최대 규모의 ‘232만 촛불’을 밝힌 다음날인 지난 4일, 염동열 새누리당 수석대변인은 공식 브리핑을 통해 “새누리당은 국민께 열 번 백 번 끝없는 반성과 다시 한 번 사과와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이는 듯했지만 이어진 말에 진의가 드러났다. “탄핵과 ‘질서있는 퇴진’ 중 어떤 것이 국정 혼란을 최소화하는지 고민이 필요하다.” 탄핵과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한 귀로 흘려보내는 듯한 발언이었다.

새누리당은 2개월 넘게 지속되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면에서 이런 행태를 반복해왔다. 주말마다 촛불이 ‘대통령 퇴진론’의 동력을 끌어올려 놓아도, 새누리당은 매번 박 대통령과 친박 핵심들에 속절없이 휘둘리며 국민적 에너지를 소모했다. 이번 게이트의 최대 변곡점이 될 9일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새누리당 내부에서 누가 민심에 귀를 막고 탄핵을 가로막아 왔는지 짚어본다.



간판급 청와대 경호팀 : 이정현과 ‘강박’ 최고위

청와대 참모 출신인 이정현 대표는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의 공동 책임이 있지만 지금까지 한결같은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박 대통령이 최순실씨에게 연설문을 전달했다고 처음 인정한 지난 10월25일 1차 대국민 담화 때부터 ‘경호 본능’을 드러냈다. 담화 직후 기자들에게 “나도 연설문 쓸 때 친구 이야기 듣는다”고 말해, 국민들의 타오르는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이러려고 대통령이 됐나 자괴감이 들어 괴롭다”고 밝힌 대통령의 11월4일 2차 대국민 담화 뒤엔 “(담화를 보며) 속으로 펑펑 울었다”고 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공소장을 법원에 제출한 20일엔 “대통령은 사리사욕이 있는 분이 아니다”라고 방어막을 치고 나섰다. 야당의 탄핵 추진이 본격화된 24일엔 “새누리당에게 예수 팔아먹는 유다가 돼달라는 거냐”고 맞받아치며 박 대통령을 예수의 반열로 올려놓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의 진퇴 문제를 국회에 맡기겠다는 11월29일 3차 대국민 담화가 ‘꼼수’라고 야권이 지적하자, 이 대표는 “국회가 스스로의 권능을 무시한 지나친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다. 대통령이 스스로 사퇴 의사를 밝혔는데도 국회가 제 역할을 못하면 스스로가 무기력한 집단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꼴”이라며 오히려 국회를 비판했다.

강성 친박계 의원들로 채워진 새누리당 최고위원들도 이 대표 못지 않았다. 조원진 최고위원은 “당원동지 여러분, 대한민국과 박근혜 대통령님을 위해 기도해달라”(11월1일)더니, 검찰의 중간 수사결과 발표에 대해서는 “여론만 의식한 수사를 통해 대통령을 공모 피의자로 몰고 가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심히 유감스럽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을 출당시키려는 것은 그야말로 정치적 패륜 행위”라고 몰아붙이기도 했다. 이장우 최고위원은 탄핵에 앞장서겠다고 발표한 김무성 의원을 겨냥해 “저 혼자 살겠다고 물러난 세월호 선장과 다를 것이 없다. 탄핵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당을 새로 만들라”고 공격한 바 있다. 최연혜 최고위원도 “탄핵 후 국정 공백부터 고민하자는 문제 제기가 마치 탄핵을 방해하고 늦추려는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처럼 매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배후조종 기획회의 : 골수친박 서청원·최경환·윤상현 등 9인 모임

친박근혜계 핵심, 이른바 골수친박인 서청원·최경환·홍문종·윤상현 의원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폭발 초기 일제히 몸을 숨겼다. 하지만 이들은 새누리당 안팎에서 격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박근혜 구하기’ 작전회의에 골몰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0월 하순 이래로 지난달 말까지 나온 박 대통령의 세차례 대국민 담화도 이들이 기획했을 거라고 정치권에선 보고 있다. 9인 모임에는 이들 4명 외에 정갑윤·유기준·조원진·원유철·정우택 의원 등이 참석했다고 한다.

친박계 맏형으로 불리는 서 의원이 가장 주도적이었다. 게이트 초기에 “최순실의 존재를 전혀 몰랐다”던 서 의원은 “대통령의 솔직한 고백과 함께 국민들에게 사과”를 주문했다. 그러나 속내는 달랐다. 그는 김종필 전 총리를 인용하는 형식으로 “대통령이 힘이 빠지면 나라가 망가진다”며 대통령 변호에 급급했고, 이정현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비박근혜계 의원들에게 “전쟁하자는 것이냐”며 윽박질렀다. 남경필 경기도지사에게는 “회유와 압박”까지 했다고 한다.

초기 대응이 실패로 돌아가며 벼랑 끝에 내몰리자 서 의원은 대통령 ‘명예퇴진론’을 주장한다. 언론 앞에 좀처럼 나서지 않던 서 의원은 지난달 28일 갑자기 기자들에게 친박계의 ‘질서 있는 퇴진 요청설’을 흘리고, 대통령은 다음날 곧바로 3차 담화를 통해 ‘명예퇴진론’에 화답했다. 이로 인해 비박계를 포함하는 ‘탄핵연대’가 크게 흔들렸지만, 결과적으론 더 큰 화를 불렀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사즉생이어야 했는데 생즉사가 돼버렸다”고 비꼬았다.

‘진실한 친박’ 최경환 의원은 더욱 은밀히 움직였다. 게이트 이후로 이렇다 할 공개발언을 내놓지 않았다. 게이트 폭로 직후인 10월28일 새누리당 경북도당 주요 당직자 간담회에서 “여러 유언비어로 정치지도자이자 인간으로서 무차별적인 모독과 조롱을 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 것뿐이다. 그는 “(대통령과) 가끔 통화는 한다”면서도 “국면을 내가 주도하는 건 아니다”라고 발을 빼는 모습이다.

홍문종 의원은 방송을 통한 대응을 맡은 것으로 보인다. 홍 의원은 지난 5일 <에스비에스>(SBS)에 나와 “대통령이 탄핵당했다고 역사에 남는 것보다는 스스로 물러났다는 것이 더 성숙한 국민으로서의 역할을 다했다고 평가받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탄핵 불가론을 역설했다. 3차 담화가 나온 지난달 29일과 이튿날 각각 <교통방송>(tbs)과 <와이티엔>(YTN) 라디오에서 “야권이 닭 쫓던 개 된 거 아닌가” “야당으로선 약이 좀 오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핵심 친박들은 3차 담화가 성공적이라고 ‘아전인수’식 해석을 하며 오만하게 굴었던 것이다.

윤상현 의원은 핵심 4인 중 가장 얄팍한 처신을 한 것으로 꼽힌다. 대통령을 ‘누나’라고 불러온 윤 의원은 게이트 정국에 제대로 얼굴을 내민 적이 없다.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김무성 전 대표를 욕하며 공천 탈락을 지시했던 안하무인식 태도는 온데간데 없다. 다만 한 두 차례 기자들의 질문에 “최순실 사태는 개헌의 당위성·필요성을 더욱더 증명해 보였다”며 사안의 본질을 흐리려는 태도만 보였다.



친박과 비박 사이 불순한 줄타기 : 정진석

새누리당이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계에 속절없이 휘둘린 데는 사태 수습의 중심이 돼야 할 정진석 원내대표가 오락가락 행보를 보인 탓도 있다. 정 원내대표는 사태 초기 신뢰를 잃은 친박 지도부를 대신해 국정수습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다졌지만, 이번 사태를 권력구조를 바꾸는 개헌의 계기로 삼으려던 게 역풍을 불렀다. 충청 출신인 그가 개헌을 통해 새 판을 짜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대통령으로 세우려 한다는 것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국정농단 실체가 드러나면서 비박계 의원들이 탄핵을 추진하자 공개적으로 브레이크를 걸고 나선 것도 그였다. 지난달 25일 비박계 요구로 소집된 의원총회에서 정 원내대표는 “야당이 주장하는 12월 2일 또는 9일 탄핵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다 같은 날 의총에서 비박계가 반발하자 “당론으로 탄핵을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물러섰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탄핵을 반대하는 친박계와 뜻을 같이했다. 박 대통령이 3차 담화에서 “진퇴 문제를 국회가 논의해달라”고 하자, 직후 열린 의총에서 “상황변화가 생겼다. 탄핵은 원점에서 논의하겠다”면서 거국중립내각 구성과 개헌에 관한 의견을 모아달라고 했다. 최순실 사태 이후 한달 동안 3번밖에 열지 않았던 의원총회를 3차 담화 이후 매일 열어 자신의 뜻을 관철하려 했다. 

‘친박 열차’ 막차에 탑승했던 그도 이젠 서둘러 내릴 준비를 하고 있다. 5일에는 “당론이 유지되기 어렵다”며 9일 탄핵안 의결에 자유투표로 임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여당 관계자는 “자신이 중심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이려고 하면서도 힘이 쏠리는 쪽에 편승하느라 전혀 민주적인 리더십을 못 보였다”고 평가했다.



계파·밀실 공천의 태생적 한계 : 장관·비서 출신 12인과 ‘초선 모임’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 사이에선 친박 지도부를 지탱해준 핵심 기반으로 당내 초선 그룹을 꼽는다. 지난 4월 총선 때 친박계가 밀어붙인 계파 공천과 밀실 공천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한 비박계 중진의원은 이들 초선을 겨냥해 “초선들이 패기 있다는 건 다 옛말이다. 친박을 호위하는 초선 홍위병들이 당내 썩은 환부를 제거하는 데 최대 걸림돌로 전락했다”고 격한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던 촛불이 처음 불붙었던 10월29일 골프 모임을 열어 비난을 자초했던 새누리당 의원 4명 중 3명(권석창·문진국·김순례)이 초선이다.

새누리당 초선 모임은 박 대통령이 3차 담화를 통해 국회 합의를 제안하자, 이를 기다렸다는 듯이 ‘질서있는 퇴진론 + 개헌을 통한 퇴임’ 등을 주장하며 친박계 지원에 나선 바 있다. 이들은 또 줄곧 계파 청산을 외치면서도 결과적으로 ‘당 지도부가 수습 방안과 관련한 로드맵을 조속히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해 이정현 대표의 ‘12월 퇴진 및 1월 전당대회’ 로드맵을 뒷받침하기도 했다. 

초선 모임의 간사인 정운천 의원이 지난 5일 “탄핵안이 통과되도록 초선들을 설득하겠다”고 밝힌 다음날인 6일 열린 초선 모임에서 지상욱 의원 등 다른 초선들이 “동료 의원들을 모욕하지 말고 간사직에서 물러나라”고 반발한 장면도 이들 그룹의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박근혜 정부에서 장관이나 청와대 비서를 지낸 현역 새누리당 의원은 총 12명 중 추경호(국무조정실장), 정종섭(안전행정부 장관), 윤상직(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민경욱(청와대 대변인), 곽상도(청와대 민정수석), 유민봉(청와대 국정기획수석) 의원 등 절반이 초선이다. 이들 중 누구도 공개적으로 자신의 잘못된 보좌를 인정하고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고 나선 이는 없었다.



민심보다 내 살길 먼저? : 김무성과 애매한 비박계

탄핵으로 가는 길에서 새누리당 비박계 일부가 보여준 오락가락 행태도 국민들의 불신을 자초했다.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탄핵을 이끌겠다고 선언한 김무성 전 대표의 행보가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 11월13일 “국민의 이름으로 탄핵의 길로 가야 한다”고 선언했지만, 박 대통령의 3차 담화가 나온 뒤 ‘4월 퇴진, 6월 대선’을 주장하는 친박계의 의견에 동조해 “4월 말 대통령 퇴임으로 결정하면 굳이 탄핵으로 가지 않아도 된다”고 말을 바꿨다. 지난 3일 232만의 촛불을 확인한 뒤에야 ‘탄핵 회군’을 선언하며 “결론이 중요하다. 정치란 것은 어떤 경우의 수로도 갈 수 있다”는 민망한 해명을 내놓았다. 비박계 중심의 비상시국위원회 황영철 대변인도 박 대통령의 3차 담화 뒤 “대통령께서 4월 퇴진과 관련된 분명한 입장을 정리하면 (여야 합의와 상관없이) 다시 논의할 수 있다”고 탄핵 불참을 예고하는 듯한 발언을 해 혼란을 부추겼다. 결국 비박계의 이런 갈팡질팡 행보는 그들에게 ‘대통령 심판’이라는 민심보다 자신들의 정치적 활로를 열기 위한 시간 확보가 더 절실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