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박근혜_최순실 게이트

‘박근혜 하야 낙서’ 수사 나선 경찰.. 불법사찰 논란도

류. 2016. 11. 2. 17:42

이른바 비선 실세 국정농단 사태로 전국의 민심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부산 금정구 장전동 일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낙서가 대거 발견됐다.ⓒ부산경찰청


이른바 비선 실세 국정농단 사태로 전국의 민심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부산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낙서가 대거 발견됐다. 하지만, 경찰이 수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한 대학생을 불법 사찰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박근혜 탄핵·하야’ 낙서수사 경찰
부산대생 자취방까지 확인 나서

지난달 30일 부산대학교 4학년인 김인애 씨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집주인으로부터 자취방에 경찰 4명이 찾아왔다는 말을 전해 들었기 때문이다. 금정경찰서 소속 경찰은 당시 CC(폐쇄회로)TV 캡처 자료를 들고 김 씨에 대한 정보를 물었고, 임대차계약서 사진을 찍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를 알 수 없는 경찰의 뒷조사에 김 씨는 심장이 뛰고, 불안을 느껴야 했다.

김 씨는 ‘백남기 실천단’ 사무국장을 맡아 그동안 고 백남기 농민 사망의 책임자 처벌과 진상규명 등을 요구하는 활동을 펼쳐왔다. 이른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이후로는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시위와 행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따라서 경찰이 김 씨의 활동을 미행하고, 사찰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사회로부터 “이런 시국에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는 공분이 일었다. 대책을 논의한 시민사회와 백남기 실천단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에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묻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1일 부산경찰청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연 백남기 부산시민대책위와 부산 청년학생 백남기 실천단은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초유의 사건에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한 양심적 대학생의 뒤를 캔 것은 ‘박근혜 하야’ 목소리를 막고 위축시키려는 노골적 탄압이자, 명백한 민간인 사찰”이라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도대체 청년학생들이 무엇을 잘못했길래 자취방까지 들쑤시느냐”며 “지난 주말 3만명이 참가한 서울 집회에서 ‘나라를 걱정한다’며 성난 민심을 수습하려던 경찰이 뒤로는 불법적 사찰로 위선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른바 비선 실세 국정농단 사태로 전국의 민심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부산 금정구 장전동 일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낙서가 대거 발견됐다.
이른바 비선 실세 국정농단 사태로 전국의 민심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부산 금정구 장전동 일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낙서가 대거 발견됐다.ⓒ민중의소리

이 자리에 참가한 박철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공동의장은 과거 유신의 추억을 상기했다. 박 목사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줘야할 경찰이 아직도 선량한 청년을 뒷조사하고 사찰한다는 사실이 기가 막히다”고 분노를 표시했다. 그는 “과거 유신 시절 유신반대운동을 벌이던 나 또한 불법사찰의 피해자여서 그 기분을 잘 알고 있다”라며 “세상이 바뀌었음에도 경찰이 매우 비겁하고 야비한 짓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사자 또한 “왜 경찰이 국민을 지키기보다 최순실과 박근혜 보호에만 혈안이 되어있느냐”고 발끈했다. 김인애 씨는 “경찰이 이러는데 어디 무서워서 목소리 내고 살겠느냐”면서 “책임자를 처벌하지 않으면 부산경찰청이 조직적으로 사찰을 한 것으로 알고 대응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불법 사찰 논란이 일자 경찰도 긴급히 자료를 내고 해명에 나섰다. 부산경찰청은 이 일대에서 ‘박근혜 탄핵, 하야’라고 적힌 스프레이 낙서가 발견됐고, 이를 수사하다가 벌어진 소동이라는 입장이다.

해당 수사가 이루어진 부산 금정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오전 금정구 장전동 주택가 담벼락과 인근 부산도시철도 1호선 장전역 역사에 ‘나와라 최순실 박근혜 탄핵’, ‘박근혜 하야하라’ 등 붉은색 낙서가 대거 발견됐다. 27일은 박 대통령이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로 인한 대국민사과 이후 부산 벡스코로 첫 외부 행보를 한 날이다. 이 낙서도 이날 박 대통령의 부산 방문에 대한 비판 행동으로 추측됐다.

경찰은 신고가 접수되자 재물손괴 혐의로 인근 CC(폐쇄회로)TV 탐문과 수사에 돌입했다. 부산경찰청은 용의자를 쫓다 보니 인근 주택의 거주자를 확인했고, 이 과정에서 우연한 방문이 이루어졌다고 설명했다. 김 씨와는 관련없는 정당한 탐문수사 과정이니 문제 될 게 없다는 반박이었다.

그러나 경찰의 이 같은 해명에도 논란은 가시지 않을 분위기다. 당사자는 해당 낙서를 한 적이 없다고 전면 부인하고 있고, 시민사회는 현 시국에 ‘박근혜 하야 낙서’가 수사대상이 될 수 있느냐는 지적이다.

김 씨는 이날 <민중의소리>에 “무슨 낙서인지도 알지 못하고, 한 적도 없다. 경찰은 다른 사람을 수사한다면서 왜 내 사진을 들고 우리 집을 방문했는지 그것부터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전위봉 백남기 부산시민대책위 상황실장은 “매일 국민적 분노가 끓어오르는 것을 알면서도 박근혜 하야 낙서를 굳이 수사를 하는 것 이해하기 힘든 데다, 특정한 대학생을 지명해 뒤를 캔 것은 어떤 이유에서든 비판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른바 비선 실세 국정농단 사태로 전국의 민심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부산서 경찰이 불법 사찰을 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1일 부산경찰청 앞에서 사찰 중단을 요구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 회원들.
이른바 비선 실세 국정농단 사태로 전국의 민심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부산서 경찰이 불법 사찰을 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1일 부산경찰청 앞에서 사찰 중단을 요구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 회원들.

출처

http://www.vop.co.kr/A0000108373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