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곤 KBS 보도국장 "앵커, 검은 옷 입지마라"
KBS "지나친 추모분위기 경계", KBS 노조 "공감능력 결여…오보, 진솔한 사과 필요"
[미디어오늘정상근 기자] KBS 보도국 간부가 KBS 뉴스 앵커들에게 검은 옷을 입지 말 것을 지시한 사실이 밝혀졌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전 국민이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 분위기에 휩쓸려 있는 상황에서 나온 지시다. KBS 측은 '지나치게 추모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을 경계하기 위한 것'이라는 취지로 답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30일 성명을 통해 "보도국 책임자라는 자는 검을 옷을 입고 진행을 한 앵커를 나무라며 뉴스 진행자들은 검은 옷을 입지 말 것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희생자 가족들의 목소리는 외면하고 청와대와 대통령만 바라보는 철저히 권력지향적인 보도 행태는 이번 사건에 대한 공감 능력의 결여와 맞닿아 있다"고 비판했다.
KBS본부에 따르면 해당 지시를 내린 간부는 김시곤 보도국장이다. KBS본부 측 관계자는 "김 보도국장이 지난 월요일 여성 앵커가 검은색 옷을 입은 것을 보고 이후 뉴스3부 담당부서에 가서 앵커들이 칙칙한 검은색 정장을 입는 것을 자제시키라고 말했고 뉴스를 진행하는 일부 아나운서들이 이를 전달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KBS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너무 어둡고 검은 옷을 지양하자는 얘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지나치게 추모분위기로 가면 오히려 국민들의 우울감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KBS 측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지나친 추모분위기로 가는 우려가 있으니 점잖고 차분한 톤의 옷으로 가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디어오늘정상근 기자] KBS 보도국 간부가 KBS 뉴스 앵커들에게 검은 옷을 입지 말 것을 지시한 사실이 밝혀졌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전 국민이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 분위기에 휩쓸려 있는 상황에서 나온 지시다. KBS 측은 '지나치게 추모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을 경계하기 위한 것'이라는 취지로 답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30일 성명을 통해 "보도국 책임자라는 자는 검을 옷을 입고 진행을 한 앵커를 나무라며 뉴스 진행자들은 검은 옷을 입지 말 것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희생자 가족들의 목소리는 외면하고 청와대와 대통령만 바라보는 철저히 권력지향적인 보도 행태는 이번 사건에 대한 공감 능력의 결여와 맞닿아 있다"고 비판했다.
KBS본부에 따르면 해당 지시를 내린 간부는 김시곤 보도국장이다. KBS본부 측 관계자는 "김 보도국장이 지난 월요일 여성 앵커가 검은색 옷을 입은 것을 보고 이후 뉴스3부 담당부서에 가서 앵커들이 칙칙한 검은색 정장을 입는 것을 자제시키라고 말했고 뉴스를 진행하는 일부 아나운서들이 이를 전달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KBS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너무 어둡고 검은 옷을 지양하자는 얘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지나치게 추모분위기로 가면 오히려 국민들의 우울감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KBS 측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지나친 추모분위기로 가는 우려가 있으니 점잖고 차분한 톤의 옷으로 가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 29일 방송된 KBS 뉴스 9 화면
KBS는 지난 일요일 세월호 사고 관련 특별 생방송 < 당신 곁에 우리가 있습니다 > 를 모금방송 형태로 진행하려다 내부 반발 등으로 무산된 바 있다. 실종자 수색이 이어지고 있고 책임소재도 가려지지 않았는데 국민 성금 모금이 국민 정서와 맞지 않는다는 반발이었다. 특히 KBS에 모금 방송을 요청한 전국재해구호협회 부회장이 길환영 KBS 사장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길 사장의 의지로 모금방송이 추진됐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그런데 KBS는 뉴스에서 국민적 추모분위기와 또 다른 지시를 내린 셈이다. 반드시 검은 옷을 입고 추모할 이유는 없지만 뉴스 앵커가 자체적으로 검은 옷을 입고 보도하는데 여기에 개입해 굳이 '검은 옷을 입지 말라'는 지침을 내리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KBS본부는 "사장을 비롯한 회사 간부들이라는 자들은 백 명이 넘는 실종자들이 차가운 바다 속에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모금방송을 지시하는 반인륜적인 행태를 보였다"며 "그동안 일선 기자들이 누누이 지적해 왔던 현장 취재는 소홀히 한 채 제작만을 강조하는 현 보도본부의 잘못된 보도 관행에 대한 지적은 차라리 사치스러운 소리"라고 덧붙였다.
KBS본부는 이와 함께 KBS 보도에 대한 전반적인 문제를 제기하며 길환영 사장과 임창건 보도본부장, 김시곤 보도국장의 책임을 지적했다. KBS본부는 초기 '전원 구조' 오보를 비판하고 특히 시신 관련 오보에 대해 "철저한 사실 확인 없이 경찰의 무선교신 내용만을 바탕으로 나간 보도"라며 "민감한 실종자 가족들을 자극할 수 있는, 있어서는 안 될 오보였지만, KBS 뉴스를 통해서는 이에 대한 어떠한 사과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KBS는 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바 있다.
KBS본부는 아울러 "구조 활동과 관련해 민간 잠수사가 초기에 적극적으로 투입되지 않은 이유와 구조작업을 맡고 있는 '언딘'과 해경의 부적절한 유착 관계에 대해 다른 언론에서 잇따른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우리 뉴스는 이에 대해 눈을 감아버렸다"며 특히 "정부기관에 대해 한없이 너그러웠던 우리 보도의 모습은 박근혜 대통령과 관련한 보도에서 더욱 두드러졌다"고 비판했다.
KBS본부는 "공영방송 KBS가 보도해야 할 사안은 앞으로도 산적해 있는데 벌써부터 우리 보도에서는 자극적인 영상은 배제하라든가 구원파 등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종교문제에 대한 과잉 보도, 북한이나 경제 관련 뉴스를 부각시키는 것 등의 방식으로 세월호 사건으로 촉발된 정부 비판의 여론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KBS본부는 "사측은 실종자 가족의 입장에서 앞으로의 구조작업을, 그리고 가족들의 아픔을 함께 하고 있는 국민들의 입장에서 방재 시스템 전반의 문제점을 짚는 보도를 할 것을 촉구한다"며 "그 출발은 사고 초기 KBS 뉴스를 통해 보도됐던 각종 오보에 대한 진솔한 사과가 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 둔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KBS본부는 KBS 측이 공정방송위원회 개최를 미루고 있다며 "회사 내부의 비판마저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조직이 어떻게 제대로 된 언론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말인가"라며 "사측은 진솔한 자세로 회사 구성원들은 물론 5천만 국민들과 소통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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