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http://tvpot.daum.net/v/v2b8epEPYEpPPxxPRzRfggp
[앵커]
JTBC 취재 기자가 어제(26일) 세월호 참사의 희생 학생 부모님으로부터 아이의 핸드폰에 남은 동영상을 건네 받았습니다. 사고가 난 직후부터 15분 동안 찍힌 동영상인데요. 당시 학생들이 모여있던 객실의 상황이 그대로 담겨있습니다.
이 동영상을 저희한테 넘겨준 부모님은 '이 동영상은 더 이상 우리의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가 공유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저희에게 동영상을 건네주셨습니다. 저희는 한동안 고민한 끝에 이 동영상을 그대로 방송하지는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다만, 사고 직후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천진스러웠던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리고 점차 걱정과 불안으로 옮겨가는 분위기를 보면서 '선원들이나 구조당국은 도대체 무엇을 했는가'라는 안타까운 의문이 다시 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고심 끝에 동영상을 공개하지는 않습니다만 지금까지 공개됐던 다른 영상의 수준을 넘지 않는 선에서, 정지화면과 일부 현장음을 전해드리기로 했습니다. 저희들이 이렇게라도 전해드리기로 한 것은, 아마도 이 영상이 아이들이 지상으로 보내준 마지막 편지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자]
전날 밤만 해도 불꽃놀이를 담던 휴대전화가 침몰이 시작된 직후인 사고 당일 오전 8시 52분 27초부터 단원고 학생들이 머물던 4층 객실을 찍습니다.
[아 기울어졌어.]
[쏠리는 거 장난 아니야. 자꾸 이쪽으로 쏠려. 못 움직여.]
다른 단원고 학생이 119에 첫 신고를 한 것과 거의 같은 시간입니다.
잘못된 안내 방송 탓에 학생들은 위험을 잘 모릅니다.
[야, 누가 구명조끼 좀 꺼내와봐.]
[아 뭘 꺼내.]
[신난다.]
[야 나 진짜 죽는거 아냐?]
[수학여행 큰 일 났어.]
그 시각, 세월호는 제주관제센터에 배가 넘어간다는 구조 요청을 하고 있었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학생들은 애써 안정을 취하려 합니다.
[다 안정되고 있다.]
[안정되고 있어?]
[어 점점 왼쪽으로 가고 있어.]
[어. 야. 아까보단 괜찮아진 것 같아.]
잠시 끊겼던 동영상은 8시 59분 53초에 다시 촬영이 시작됩니다.
배가 기운 지 10분이 넘어가면서 학생들은 구명동의를 찾습니다.
[나 구명조끼 입는다.]
[야 나도 입어야 돼. 진짜 입어야 돼.]
[아 나도 입어야 된다.]
서로를 챙깁니다.
[야 00야, 00꺼 없어. 받아와야 돼.]
[내 것 입어.]
[너는?]
[나? 가져와야지.]
아직도 학생들은 상황을 모릅니다.
[야 이거 왜 이래.]
[선장은 뭐하길래.]
침몰이 시작한 지 16분, 아직도 탈출할 시간은 충분하지만 지시대로 객실에 남아서 불안해 합니다.
[전화 안 터진다고?]
[어 안 터져.]
[녹음이야 지금 동영상이야.]
떠오르는 건 가족과 친구들입니다.
[엄마, 아빠 아빠 아빠 아. 내 동생 어떡하지?]
세월호가 진도VTS와 교신을 시작한 9시 6분쯤, 아이들이 갑판을 떠올릴 때 다시 안내방송이 나옵니다.
[진짜 그런데 갑판에 있던 애들은 어떻게 되는 거야?]
[단원고 학생 여러분 및 선생님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안내 말씀드립니다.]
[조용히 해봐. 조용히 해봐.]
[현재 위치에서 절대 이동하지 마시고 대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네.]
아이들은 탈출을 생각합니다.
[아 무슨 일인지 말을 해줘야지.]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어. 구명조끼 입으란 거는 침몰되고 있다는 소리 아니야?]
[어 진짜 바다로 뛰어들 것 같아.]
[우리 이렇게 바다로 헤엄쳐서 이렇게 될 거야.]
그때 또 방송이 나옵니다.
[다시 한 번 안내 말씀드립니다. 현재 위치에서 절대 이동하지 마시고 대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선생님을 걱정합니다.
[선생님들도 다 괜찮은 건가?]
[카톡왔어. 선생님한테.]
[뭐래?]
[애들 괜찮냐고.]
[선생님도 여쭤봐.]
[선생님도 지금 카톡을 안 보고 있어.]
이렇게 동영상은 끝이 났습니다.
이 16분만 제대로 안내했어도 많은 아이들이 살 수 있었습니다.
http://media.daum.net/tv/jtbc/news9?newsId=20140427230206247
[동영상 분석 ①] "9시 이전 복원력 상실..30도 이상 넘어간 듯"
어제(27일) 세월호 참사에서 희생된 박수현 군이 찍었던 동영상의 일부를 저희들 나름 고심 끝에 방송해드린 바 있습니다. 너무나 많은 분들이 안타까움과 분노를 표해주셨습니다. 저희들에게 영상을 건네주신 아버지 박종대 씨께서는 이 영상을 사회에 내놓으신다면서 무엇보다도 진실이 밝혀지길 원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어제 저희가 방송해드린 뒤에 저희는 전문가들과 함께 이 영상을 분석했습니다. 아이들이 아무 것도 모르고 천진하게 있던 당시의 상황은 실제로는 어떤 상황이었는가…. 배의 상태는 어떠했는가 등을 놓고 면밀하게 살펴봤습니다. 지금부터 그 내용을 보도해 드리겠습니다.
분석결과 이미 오전 9시 이전에 이 배는 복원력을 상실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도 안내방송은 제자리에 앉아있으라고만 나오고 있었습니다.
임진택 기자입니다.
[기자]
학생들이 복도 바닥에 서지 못하고 모두 벽에 몸을 의지하고 있습니다.
침대 난간을 힘껏 쥔 손에서 배가 얼마나 기울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쏠림 장난 아니야. 그냥 그냥 그쪽으로 가.]
[와 기울어질 줄은 상상도 못했다. 우리 지금 이거 실전이라고. 장난 아니고.]
동영상을 찍기 시작한 시간은 8시 52분.
전문가는 할 말을 잃습니다.
[이규열/서울대 명예교수 : 이렇게 된 거죠. 이렇게. 위층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계단이 없으니까. 그런데 이때까지 학생들이 전혀 위험을 못 느꼈나요?]
[정준모/인하대학교 교수 : 이정도면 정말 30도 이상 (넘어)갔다고 봐야해요.]
복원력을 완전히 상실했다는 겁니다.
즉, 이미 9시가 되기 전부터 회복 불능 상태라는 얘기입니다.
[정준모/인하대학교 교수 : 일반적으로 20도, 25도를 넘어가면 다시 못 돌아옵니다. (평형수가 있다고 해도요?) 예 맞습니다.]
마지막까지 제자리에 있으라던 세월호의 안내 방송이 여전히 의문스러운 이유입니다.
[현재 위치에서 절대 이동하지 마시고….]
http://media.daum.net/tv/jtbc/news9?newsId=20140428214109687
[동영상 분석 ②] 흔들림 없던 배.."평형수 빼냈을 가능성"
또 있습니다. 평형수, 그러니까 기운 배를 다시 돌아오게끔 하려고 배밑에 채우는 바닷물인데요. 세월호는 화물을 많이 실으려고 이 물을 빼는 바람에 균형을 잃었다는 의혹이 짙습니다. 동영상 속에 단서가 있었습니다.
윤정민 기자입니다.
[기자]
동영상은 8시 52분에 시작돼 중간에 잠시 끊긴 뒤 9시 9분까지 계속됩니다.
이 17분 동안, 배는 서서히 기울고 있을 뿐 심하게 휘청이진 않습니다.
동영상 속 학생들이 위협을 느끼지 못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페이스북에 올리면 재미있겠다.]
[야, 이거 뉴스에 뜬다.]
[안 떠, 이런 걸로. 침몰 안하면.]
전문가들은 이 부분을 눈여겨 봤습니다.
복원력이 좋은 배는 이런 상황에서 승객들이 큰 흔들림을 느껴야 한다는 겁니다.
[정준모/인하대학교 교수 : (복원력이 좋은 배는) 웬만큼 기울어도 안 넘어갑니다. 대신 굉장히 힘듭니다. 사람이. 왜냐면 복원력 때문에 많이 흔들리죠.]
[이규열/서울대 명예교수 : 보통 이런 배는 바람이 분다든가 급회전을 했을 때 휘청했다가 다시 돌아온다는 거죠.]
처음부터 평형수가 크게 부족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이규열/서울대 명예교수 : (평형수를 많이 덜어냈다고 유추할 수 있나요?) 그렇죠. 중심이 굉장히 올라갔다. 중심이 올라가서 복원성이 없다….]
사망 학생의 동영상은 우리에게 진실 규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세월호가 꼭 채워야할 만큼의 평형수를 확보하지 않았음을 의심할 수 있는 증거는 그동안의 사고 정황을 보면 곳곳에서 드러납니다. 저희들은 이 내용을 여러 명의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해서 확인해봤습니다.
정종훈 기자가 분석해 봤습니다.
[기자]
세월호는 침몰 후 며칠동안 선미가 먼저 가라앉은 채 선수는 떠 있었습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평형수를 보관하는 밸러스트 탱크의 빈 공간에 물 대신 공기가 들어찼기 때문이라고 분석합니다.
또 세월호는 왼쪽으로 기울어진 뒤 180도 뒤집어져 가라앉았습니다.
배가 침몰할 경우 바닥에 있는 평형수의 무게 때문에 그대로 가라앉는 게 일반적이지만, 세월호는 평형수가 부족해 위 아래가 뒤집혔을 수 있다는 겁니다.
의도적으로 평형수를 뺀 정황은 배의 수면을 맞추는 흘수선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화물을 기준보다 많이 실을 경우 배가 무거워지면서 흘수선이 내려갈 수 밖에 없고, 이를 기준에 맞도록 올리기 위해선 결국 평형수를 덜어낼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의문들을 근거로 세월호의 평형수가 부족했고, 복원력을 잃으면서 침몰하게 됐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세월호의 과적을 확인한 수사본부는 실제로 짐을 더 싣기 위해 평형수를 줄인 건지
집중 조사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119신고 후 1시간20분.. 아이들은 기둥만 부여잡고 있었다
■ 학생 2 명 휴대폰에 담긴 마지막 모습
10시11분 선실 안서 바깥 구조 상황 모른 채
"이동 말라" 철썩같이 믿고 서로 의지하며 기다려
세월호 침몰 직전 가장 마지막으로 찍은 것으로 알려진 16일 오전 10시 11분 사진에서 안산 단원고 학생들은 배가 좌현으로 90도 이상 기울어진 이 시간에도 선실 기둥만 붙잡고 대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원고 학생의 첫 119 신고 뒤 약 1시간 20분이 지났고 해경이 출동한 지도 40분이 지나 배 밖에서 구조가 한창이었던 시점이다.
29일 세월호 사고 유가족 대책위원회가 공개한 단원고 2학년 4반 고(故) 박수현(16)군의 휴대폰 속 동영상과 사진에는 미처 선실에서 탈출하지 못한 학생들의 처연했던 마지막 모습이 고스란히 남았다.
박군은 세월호가 좌현으로 30도 정도 기운 사고 당일 오전 8시 52분 57초부터 오전 9시 9분 23초까지 휴대폰으로 선실 안을 촬영했다. 이때만 해도 학생들은 "신난다"고 할 정도로 아직 위급한 상황임을 인식하지 못했다. 그러다 스스로 구명조끼를 찾아 입기 시작했고 침몰을 걱정했지만 반복되는 대기 안내 방송을 충실히 따랐다.
jtbc에 공개된 단원고 고 박예슬양의 동영상에서도 오전 9시 37~41분 90도 가까이 기운 복도에서 대기하던 학생들이 해경의 구조 헬기를 보고 "헬리콥터가 와"라며 반갑게 소리쳤다. 구조될 것으로만 믿은 학생들은 "엄마 보고 싶어"라며 울먹이는 친구에게 "살 건데 무슨 소리야"라고 밝게 대답했다. 오전 9시 38분 "구명동의에 매어진 끈이 제대로 묶여 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하라"는 안내 방송이 나오자 "와 바다로 뛰어내린다"며 좋아했다. 하지만 이동하라는 지시는 없었다. "구조 좀"이라는 외침을 끝으로 박양의 동영상은 끝났다.
최초 신고 후 1시간 19분이나 흐른 오전 10시 11분 촬영된 박군의 사진 속에서도 학생들은 같은 자리에서 기둥을 붙잡고 있었다. 그러나 선실 내 침대는 90도가 기울었고 이를 붙잡고 힘겹게 서 있는 학생의 얼굴에는 웃음기 대신 공포가 가득했다. 이 시간 세월호는 이미 좌현이 바다에 잠겨 배에서 탈출이 어려웠다.
박군과 친구들이 머문 곳은 4층 선수쪽 우현 선실이었다. 박군과 친구들은 이미 30분 전 선원들이 탈출한 사실도, 어업지도선과 어선들이 바다에 뛰어 내린 승객들을 구조 중이라는 사실도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
박군은 마지막 사진 촬영 후 약 3분이 지난 오전 10시 14분쯤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가 이뤄지기 전 끊어졌다. 몇 분 뒤 세월호는 완전히 뒤집어지며 300여 명과 함께 바다 속으로 가라 앉았다.
박군의 시신은 지난 22일 오후 선실에서 발견돼 유족에게 인도됐다. 함께 전달된 유류품 속 휴대폰에 사진들과 동영상이 저장돼 있었다. 세월호의 침몰 시점과 원인 등을 밝히는데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군의 한 친척은 "평소 차분하고 남을 배려하던 아이였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http://media.daum.net/issue/627/newsview?issueId=627&newsid=20140430033905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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