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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8년간 연쇄살인 '화성 그곳' 이춘재 집성촌이었다

류. 2019. 10. 4. 23:41

사건 발생 지역 인근 이춘재 집안 60여명 모여 살아
전문가, 경찰 탐문서 이춘재 평판 좋게 작용했을 수도


10건의 화성 연쇄살인 사건 중 모방범죄로 알려진 8차를 제외하고 모두 자신이 저질렀다고 자백한 이춘재(56)가 살던 경기도 화성시 진안동 일대. 이춘재는 이 사건 이외에 5건의 사건과 30건의 강간을 저질렀다고 자백, 모두 44건의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화성=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이춘재(56)가 살았던 경기도 화성시 진안1리(현 진안동)일대는 이춘재 가족뿐만 아니라 그의 일가친척이 모여 사는 사실상 집성촌이었던 것으로 3일 확인됐다.

일부에서 이춘재가 살던 동네가 집성촌이 아니겠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지만, 구체적 증언과 규모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화성사건 첫 번째 사건은 이춘재의 집에서 2km 남짓 떨어진 들판에서 발생했고, 6차 사건 현장은 1km도 떨어지지 않은 야산이었다. 5차와 9차 사건 현장도 집 근처였고, 이곳에서 수집된 증거물에서 최근 이춘재의 유전자(DNA)가 검출되기도 했다.

의문스러운 것은 이춘재 집 주변에서 강력 사건이 일어났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그의 평판은 나쁘지 않았다는 데 있었다.

일부 주민들은 지금도 이춘재란 인물에 대해 "착하고 그럴 애가 아니다"라고 말해 일각에서는 시골 사회 특유의 지연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였다.

범죄심리전문가는 당시 화성 연쇄살인사건 수사가 이춘재 집성촌이라는 이유로 혼란 등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면서도, 이 집성촌이 수사에 일부 부정적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분석했다.


10건의 화성 연쇄살인 사건 중 모방범죄로 알려진 8차를 제외하고 모두 자신이 저질렀다고 자백한 이춘재(56)가 살던 경기도 화성시 진안동 일대. 이춘재는 이 사건 이외에 5건의 사건과 30건의 강간을 저질렀다고 자백, 모두 44건의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여기 다 모여 살았다 한 60명 된다" 이춘재 친척 증언

이춘재가 14건의 살인과 30여 건의 강간·강간미수 범행을 자신이 저질렀다고 자백했다고 2일 경찰이 공식 확인한 다음날(3일) 그의 고향 진안동에서 어렵게 만난 이춘재의 먼 친척 70대 후반 A 씨는 처음 취재를 거부하면서도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A 씨는 "옛날에는 여기 다 모여 살았다. 집성촌이었다"고 증언하며 "(나는)이춘재 집안과 30년 이상을 알고 지내던 사이다"라고 밝혔다.

집성촌 구체적 규모에 대해서는 "최소 3개 동네에 걸쳐 50~60명이 모여 살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 자신은 이춘재를 실제로 본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1986년 9월15일 1차 사건이 발생하기에 앞서 이 동네는 이른바 '이춘재 집안이 모여 살던 동네' 였던 셈이다.

이춘재 부모 등 그의 가족들 간의 왕래에 대해서 A 씨는 "1년에 한 번 정도 제사를 지낼 때 모두 모여 제사를 지낸 것에 불과하다"고 강조하며 이춘재 집안과 자신의 연관성에 대해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나는 당시 병점역 인근에서 작은 식당을 하는 관계로 이때를 빼면 이춘재 집안과 마주칠 일이 없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우리 가족, 애들 등은 당시 서울로 모두 떠나 살인사건이 일어났던 진안 1리에는 식당 일을 하는 나 혼자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당시 상황에 대해 "(연쇄살인)그놈을 잡으려고 경찰이 여기에 하루에도 30명이 어떨 때는 100명 넘게 오기도 하고 아주 난리도 아니었다"면서 "이 사건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른다. 식당에 찾아온 형사들이 말하는 걸 그냥 어깨너머로 들었던 기억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된 이춘재(56) 씨가 화성사건을 비롯해 모두 14건의 범행을 저질렀다고 최근 자백한 것으로 1일 확인됐다. 이 씨의 고등학교 졸업사진.


"집안에 그런 애가 없는데 어쩌다 이춘재 같은" 이춘재 집안 어른들 조용하고 온순한 편

이춘재 친척 A 씨는 "이춘재가 모두 14건을 자백했다고 들었다"면서 "(내가 이춘재를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이춘재가 착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럴 애가 아닌데…. 어쩌다…."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기자가 '살인 14건뿐만 아니라 강간·강간미수 30여 건을 더 자백해, 종합 44건의 범행을 자신이 저질렀다고 자백했다'고 말하자 A 씨는 잠시 아무런 말도 못했다. 이어 "그럼 이제 가석방은 어떻게 되느냐"면서 "왜 그렇게 나쁜 짓을 하고 다녔는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춘재가 누구를 닮았냐'는 질문에는 "내가 볼 때 자기 삼촌을 좀 닮지 않았나 싶다"면서 "그 집안에 이춘재처럼 그런 인물이 없는데, 전부 조용하고 얌전하고 집안 내력이 그런데……. 어쩌다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춘재)아버지만 봐도 농사를 지으면서 얼마나 조용하고 얌전했는지 이춘재처럼 되바라진 사람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44건이면 이제 모범수고 가석방이고 다 끝난 거냐 진짜 자백을 했느냐"고 거듭 되물었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된 이춘재(56) 씨가 화성사건을 비롯해 모두 14건의 범행을 저질렀다고 최근 자백한 것으로 1일 확인됐다. 사진은 이 씨의 고등학교 재학시절 모습.

전문가, 경찰 조사 과정서 이춘재 평판 좋게 나왔을 수도

전문가는 집성촌이 수사에 혼란을 초래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보면서도 이춘재 평판에 긍정적으로 작용은 했을 수 있다고 봤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단순히 집성촌이라고 해서 수사에 영향을 미쳤다고 단언할 수 없다. 집성촌이라고 해도 수사당국이 정상적으로 수사했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경찰들도 탐문을 한다든지 (이춘재를) 용의선상에 올랐을 때 이 사람에 대한 어떤 평판을 조사했을 때 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좋은 평가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경찰들이 이춘재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가졌을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분석했다.

오 교수는 또 추정을 전제로 "이런 이유로 이춘재 수사 관련해 동네 사람들 일부는 다소 쉬쉬하는 분위기 형성이 되어 있을 수 있다"면서 "만일 이춘재가 아무도 모르게 범행을 저질렀다면 주변 사람들은 이춘재에 대해 경찰 조사 과정 중에서 나쁘게 얘기했을 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만 이런 상황은 추정을 전제로 한 것이므로 현실적으로 경찰 수사 과정에서 집성촌이 어떻게 어떤 영향을 끼쳤다고 단정하기는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춘재를 수사 중인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전담수사팀은 4일 오후 프로파일러 등을 이춘재가 수감 중인 부산교도소로 보내 11차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관련해 이춘재는 1988년 9월 발생한 8차 사건도 자신이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1988년 9월 16일에 발생된 8차 사건은 경기도 화성시 태안읍 진안리 가정집에서 박모(13)양이 살해된 채 발견된 사건이다.

경찰은 1989년 7월 이춘재가 아닌 당시 22살이었던 윤모씨를 검거하며 '모방범죄'로 결론을 냈다. 윤씨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현재 이춘재는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돼 부산교도소에서 무기수로 복역 중이다.


출처

https://news.v.daum.net/v/201910041611521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