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건강

가습기살균제 3단계 피해자에도 "업체가 배상하라" 첫 판결 나와

류. 2019. 9. 24. 09:44

항소심에서 60대 원고 일부 승소
"옥시·한빛화학, 피해자 발병이
다른 원인이라는 점 증명 못해"

옥시 사용·질병 간 인과관계 인정

제품-질병간 인과관계 낮다고
그동안 정부 지원대상에서 제외


본인과 두 아들 모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인 박수진씨가 지난 5월7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청와대에 ‘전신질환 인정, 피해단계 구분 철폐, 가습기 살균제 정부 태스크포스팀 구성, 월 1회 피해자 정례보고회 개최' 등을 요구하는 손편지를 전달하기 전 삭발을 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3단계 피해자에게도 가습기 제조·판매 업체가 위자료를 배상해야 한다는 첫 법원 판단이 나왔다. 제품 사용과 폐질환 발병 사이 인과관계가 낮다는 이유로 정부 지원 대상에서도 제외된 3단계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길이 확대될지 주목된다.

지난 19일 수원지법 민사7부(재판장 이원근)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김아무개(67)씨가 가습기 제조·판매사 옥시레킷벤키저와 한빛화학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위자료 500만원과 지연손해금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23일 밝혔다. 재판부는 “옥시 등이 제품의 안전성을 믿고 구입한 김씨에게 폐손상을 발생시켰고 그로 인해 김씨는 현재까지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 그러나 옥시 등은 가습기 살균제와 김씨의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주장만 할 뿐, 보상이나 진심 어린 반성을 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옥시와 한빛화학이 제조·판매한 가습기살균제 ‘옥시싹삭 뉴(new) 가습기당번’을 사용했다. 2010년 5월 폐질환 진단을 받았다. 갈수록 병세가 더 악화되면서 2013년 5월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원인 불명의 간질성 폐질환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2014년 3월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질환 가능성이 작다’는 이유로 폐손상 3단계 판정을 받았다. 3단계 피해자는 1·2단계와 달리 정부 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재심사에서도 같은 결과를 통보받은 김씨는 2015년 법원에 소송을 냈다. 그러나 1심에서 패소했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공동대리인단 도움을 받아 항소했다. 지난해 5월부터 특별구제계정을 통해 월 97만여원을 지급받고 있지만, 9년 동안 쌓인 병원비는 2500여만원에 이르렀다.

옥시 쪽은 3단계 판정을 이유로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1심을 뒤집고 가습기 살균제 제품 설계나 표시에 하자가 있었고, 그로 인해 김씨가 폐질환을 입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제조물 책임법(제3·5조)에 따라 “김씨가 하자가 있는 가습기 살균제 제품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사용했음에도 신체에 손상을 입었다는 사실이 인정된다. 그럼에도 옥시와 한빛화학이 김씨의 질병이 가습기 살균제가 아닌 다른 원인으로 발생했다는 점을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김씨를 비롯한 사용자들은 ‘인체에 무해하다’는 제품상 표시를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봤다.

이번 판결은 법원이 3단계 피해자의 인과관계를 인정해 기업이 손해배상 해야 한다고 본 첫번째 판결로, 3단계 피해자에 대한 기업의 배상 책임 가능성을 열어줬다는 의미가 있다. 피해자 지원은 정부 자원의 구제급여(1·2단계)와 기업분담금 자원의 특별구제계정(3·4단계)으로 나뉘어 있다. 정부가 피해를 인정한 1·2단계 피해자와 달리, 3·4단계 피해자는 정부 판정이 빌미가 돼 배상받기 어렵다는 문제가 제기돼왔다. 황정화 변호사(민변 공동대리인단장)는 “위자료 인정 액수가 많지 않지만, 이번 판결로 정부와 기업에 소외됐던 3·4단계 피해자들도 위자료와 일실수입 등 배상 책임을 인정받을 여지가 더 넓어졌다”고 밝혔다. 




출처

https://news.v.daum.net/v/201909240506063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