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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합병 결정 이전부터 국민연금 주무른 정황 밝혀져

류. 2016. 12. 9. 01:28

‘놀이동산(에버랜드-제일모직)과 건설회사(삼성물산)의 합병’이라는 희대의 코미디 합병이 청문회에서 쟁점이 된 가운데, 삼성 측이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을 사전에 배후에서 조종했다는 증언이 청문회에서 나왔다.

6일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나온 윤석근 일성신약 대표는 “국민연금이 투자위원회를 열기 하루 전날 삼성물산 관계자가 ‘국민연금은 이미 (설득이) 다 됐다’고 말하더라”고 폭로했다.

이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서 캐스팅 보트를 쥐었던 국민연금이 공식적인 의결기구인 투자위원회를 열기도 전에 이미 삼성 측에 설득을 당했다는 의미다. 따라서 삼성이 국민연금의 공식 의결기구조차 무력화할 정도의 강한 압력을 국민연금에 가할 수 있었던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동안 삼성이 국민연금과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전방위적인 로비를 벌였다는 정황은 여러 차례 드러났지만, 삼성과 국민연금이 공식 절차를 밟기도 전부터 사전 교감을 했다는 폭로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합병 주주총회 당시 삼성물산의 주요 주주(2.11% 보유)였던 일성신약은 당시 국내 주요 주주들 가운데 유일하게 합병에 반대했다.

일성신약 윤석근 대표는 이날 “국민연금으로부터 합병에 찬성하라는 압력을 받은 적 있느냐?”는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의 질문에 “국민연금은 아니고 삼성물산으로부터 다섯 차례 정도 지속적으로 설득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또 윤 대표는 “국민연금에서 투자위원회를 열기 하루 전에도 삼성물산 관계자와 만났다. 내가 만약에 ‘국민연금에서 반대를 하면 내 찬성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했더니 삼성 관계자가 ‘연금은 다 됐다’고 말하더라”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박영선 의원은 “국민연금이 투자위원회를 거치기도 전에 ‘국민연금이 찬성할 것이다. 그러니 일성신약도 찬성해 달라’고 했다는 증언이다.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라고 삼성과 국민연금을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