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박근혜_최순실 게이트

TV조선이 대통령 때리면서 새누리당 안 때리는 이유

류. 2016. 11. 11. 10:10

[비평] 야당에 유리한 건 “전부 안 돼”… 때가 어느 땐데 KBS·MBC는 ‘땡박뉴스’

TV조선은 최순실 국정농단을 보도하며 박근혜 대통령을 코너로 몰았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 보면 야당의 요구안을 비판하며 새누리당에 힘을 싣는 보도가 대부분이다. 대통령은 사실상 재기가 불가능해졌지만, 정국 주도권을 야당에 내주지 않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지상파 공영방송은 대통령 사과에 대한 비판여론이 들끓고 있지만 대통령의 입장을 전달하기 급급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의 방송 메인뉴스 모니터보고서에 따르면 TV조선 뉴스쇼판은 지난 5일 4건의 보도를 통해 ‘국정마비’의 책임을 야당에 전가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의 2선 후퇴와 진상조사가 선행되지 않는 한 대화에 나서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TV조선은 “전쟁 중에도 아군과 적군이 만나서 대화한다. 지금 적군도 아니고 같은 나라의 국정공백을 메워야 하는데 야당이 조건 4개 걸어서 대화 안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 지난 5일 TV조선 뉴스쇼판 화면 갈무리.


정부여당과 야당이 대립하는 쟁점마다 TV조선은 야당의 입장에 반대 의견을 냈다. “영수회담 언제 열리나…靑·與·野 입장은?”리포트에서 “영수회담은 꽉 막힌 정국을 풀 사실상 유일한 해법으로 떠올랐다”면서 영수회담을 대안인 것처럼 묘사한 뒤 “박 대통령과 여야 정치권 모두 일단 만나서 문제를 풀어보자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원론적인 이야기를 한 것 같지만 더불어민주당이 ‘국면전환용’이라는 이유로 영수회담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야당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김병준 총리 카드 어떻게 되나” 리포트도 마찬가지다. 야당은 김병준 총리 지명을 철회하고 국회에 지명권을 넘기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TV조선은 “그런데 실제 국회로 공이 넘어온다면 여야가 합의하는 거국내각 총리를 낼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이어지는 리포트에서 “여야 대화로 총리 인준을 논의해야 하지만, 야당은 김병준 내정자 지명 철회를 대화의 조건으로 걸면서 정국은 꼬였다”면서 야당의 책임을 부각했다.

정대철 국민의당 상임고문을 초대한 토크코너에서 패널들은 국회 주도의 총리 임명에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최병묵 전 월간조선 편집장은 “현행 헌정체계에서 국회에서 총리 뽑는 건 헌정 체계에 대한 부정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이상목 앵커는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생각이 다르다. 그렇다면 거국내각 만든다고 해서 제대로 잘 총리를 만들고 이끌어 나갈 수 있나?”라고 지적했다.

한편 지상파 공영방송은 여전히 ‘땡박뉴스’를 이어갔다. 지난 4일 박근혜 대통령의 2차 사과가 본질을 뭉개고, 책임을 회피하고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이 됐나 자괴감 들고 힘들어”라는 황당한 표현으로 조롱의 대상이 됐지만 이들 뉴스가 전하는 분위기는 달랐다.

KBS 뉴스9는 지난 4일 대통령 담화 관련 보도를 6건 했는데, 여야 반응을 제외한 4건이 모두 받아쓰기식 보도였다. MBC 뉴스데스크 역시 담화 보도 5건 중 여야 반응 2건을 제외한 3건이 일방적인 사과 전달이었다.

MBC 뉴스데스크는 “‘국정 공백 막아야’…영수회담 제의”에서  “대한민국의 성장 동력만큼은 꺼트리지 말아주실 것을 호소드립니다”라는 대통령 발언을 전하며 “정부는 본연의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KBS 뉴스9는 “어느 때보다 무거운 표정” “자책하면서 국민에게 사과할 때는 눈시울이 붉어지거나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기도” 등 대통령의 침통함을 구체적으로 묘사했다.

▲ 지난 4일 KBS 뉴스9 화면 갈무리.


질문을 받지 않는 대통령에 대한 문제제기는 없었다. 외려 KBS 뉴스9는 “담화를 끝낸 뒤엔 연단에서 내려와 기자들에게도 걱정을 많이 끼쳐 미안하다며 이만 물러가겠다는 말을 남겼다”고 언급하며 마치 대통령이 기자들과 원활한 소통을 한 것처럼 보도했다.


반면 SBS와 JTBC는 대통령 담화의 문제를 짚었다. 담화를 비판적으로 분석한 보도가 SBS는 4건, JTBC는 6건이다. SBS 8뉴스는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긴 사건”이라는 대통령 발언을 언급하며 “자신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는 말을 이렇게 한 셈이어서, 이게 또 역시 검찰 수사에 지침을 준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고 지적했다. JTBC 뉴스룸은 “지난주부터 4일 대국민담화까지 이어진 청와대의 움직임이 누군가 잘 짜여진 시나리오에 따라서 지휘를 하기라도 하듯이 일사불란하다”고 지적했다. 

최순실 게이트가 밝혀질 때까지 공영방송의 역할은 미미했다. TV조선이 미르·K스포츠재단의 모금과정을 추적하고, 한겨레가 재단의 실세가 최순실씨임을 밝히고, JTBC가 최순실씨의 PC를 입수해 국정농단을 입증할 때까지 결정적 보도를 한 건도 하지 못했다. 뒤늦게 가세한 SBS가 공영방송과 달리 독일 현지 비덱의 입출금내역서를 입수해 보도했고 삼성과 최순실씨의 관계를 캐내고 있는 것과도 대조적이다.

앞서 MBC는 JTBC가 입수해 보도한 최순실씨의 PC가 최씨의 것이 아니라는 취지의 보도를 하는가 하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감찰 때는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조선일보 정보유출을 기사화해 물 타기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원문보기: 
http://www.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33173&lbTW=694f280e5287d24806ebd762c862b47#csidx048276ec712b8dab07f14f1ebe168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