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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KEB하나은행, 정유라 특혜대출 의혹의 전말

류. 2016. 10. 30. 23:33
KEB하나은행, 정유라 특혜대출 의혹
http://v.media.daum.net/v/20161030164603151

출처 :  [미디어다음] 정치 
글쓴이 : 한겨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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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살 정유라에 ‘보증신용장’ 끊어준 하나은행
지난해 12월 압구정-독일지점 합작 대출
독일지점장은 2월에 임원으로 ‘영전’
하나은행 “개인 보증신용장, 특혜 아냐” 해명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 소용돌이 속, 한 은행의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케이이비(KEB)하나은행이다. 지난해 9월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이 합병해 ‘케이이비(KEB)하나은행’(이하 하나은행)이 출범했다. 최근 이 은행이 최씨 모녀가 독일로 이주하는 과정에서 ‘자금 이동’에 도움을 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9월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의 합병으로 출범한 KEB하나은행의 CI.

■ 19살 정유라에 압구정-독일지점 ‘보증신용장’ 대출

“(독일 이주 뒤) 집을 구할 때 36만 유로(약 4억5000만원)쯤 들었는데, 은행의 예금담보와 강원도 부동산을 담보로 해 서울에서 36만 유로를 만들어왔다.” 지난 26일 최씨는 인터뷰를 통해 ‘서울에서 유로를 만들어왔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하나은행 압구정중앙지점과 하나은행 독일법인 두 곳이 등장한다.

지난해 12월8일 하나은행 압구정중앙지점은 1996년생으로 당시 19살이었던 정유라씨에게 강원도 평창 일대의 땅 23만㎡(6만9천여평 정도)를 담보로 ‘보증신용장’을 끊어줬다. 정씨는 채권최고액이 28만9200유로(3억6천만원)로 설정된 보증신용장을 바탕으로 하나은행 독일법인에서 3억여원의 대출을 받았다. 대출을 받을 때 하나은행 독일법인에는 정유라씨가 직접 간 것으로 알려졌다.

19살 개인이 ‘보증신용장’을 받아 해외 주택을 구입한 것에 대해 은행권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일’이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10년 이상 대출 분야 업무를 해온 한 은행 관계자는 “해외 진출한 기업의 신용을 보증해주는 보증신용장을 개인한테 끊어준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기업에게도 무턱대고 담보만 보고 내주는 게 아니라 이 보증으로 뭘 할 건지 꼼꼼히 따져서 나가는 것이라 정씨 대출건은 의아하다”고 말했다.

실제 하나은행의 독일법인 홈페이지를 보면 개인이 이런 식의 대출을 받기는 어려워 보인다. 본국상사의 주재원이나 대사관 등 공공기관 근무자들도 보증인을 세워야 자동차 구입이나 자녀 학자금 등 초기 정착비 용도의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주택 임차시에 임차인이 요구하는 은행 지급보증서를 발행해주기도 하지만 이 경우에는 은행에 같은 금액을 정기예금으로 예치해야 한다.

정씨가 받은 보증신용장을 통한 대출은 하나은행 독일법인이 제공하는 기업운영자금 대출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 하나은행 독일법인은 본사의 신용이 양호할 경우 관계사가 보증을 서거나 담보를 제공하는 등의 조건으로 지급보증을 통한 대출을 제공하고 있다.

일단 하나은행은 개인에게 보증신용장을 내주는 일이 특별한 사례는 아니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하나은행 쪽은 “현재 하나은행이 외화 대출을 위해 내준 보증신용장 중 기업이 84%, 개인이 16% 정도 된다”며 “개인도 신용이 좋고 담보가 확실하고 상환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면 보증신용장을 발행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장 하나은행 안에서도 이런 업무처리에 대해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보증신용장 업무를 잘 아는 하나은행의 또다른 관계자는 “개인에게 보증신용장이 나갈 수 있더라도 내가 담당자였다면 19살 대학생에게 보증신용장을 내주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을 위한 대출 방법이 안내되어 있는 하나은행 독일법인의 홈페이지.

■ 대출해준 독일법인장, 2월에 임원 영전

지난해 12월 이런 대출이 처리될 당시 하나은행 독일법인장이었던 이는 지난 2월 임원으로 승진했다. 이미 지난해 12월에 정기 임원인사를 했던 하나은행은 올해 2월1일 돌연 글로벌영업본부를 1, 2본부로 쪼개 임원 자리를 하나 더 만든 뒤 이 법인장을 2본부장으로 임명하는 단독 임원 인사 발령을 냈다.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8일 “최순실씨 조력자로 의심되는 하나은행 독일법인장이 임원으로 승진하는 등 특혜를 받은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인사에 대해 하나은행 쪽은 “실적으로 보나 나이로 보나 자연스러운 인사”라며 “글로벌 사업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글로벌영업본부를 1, 2본부로 나눠 맡긴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경영 사정을 잘 아는 은행 관계자는 “글로벌 사업을 줄인다고 하는 상황에서 크지도 않은 본부를 두 개로 쪼개 임원 자리 만든 것도 이상하고, 정기 인사 외에는 임원 인사를 하지 않는 하나은행이 연말 정기인사 뒤인 2월1일 갑자기 임원 임명을 한 것도 의아하다”고 말했다.

현재 이 임원은 최순실씨와 연관된 의혹을 모두 부인하며 본사로 출근하지 않고 다른 곳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보증신용장을 끊어준 하나은행 압구정중앙지점장은 김한조 전 외환은행장의 마지막 비서실장이었던 임아무개씨인 것으로 확인됐다.

■ 보증신용장 통한 유로 대출로 환리스크 덜었나

최씨 모녀가 독일에 장기 체류할 목적으로 한국의 재산을 독일로 보내는 과정에 왜 보증신용장과 같은 방법을 사용했을까도 생각해볼 대목이다. 보통 외국에 주택 등 부동산을 구입하려 할 경우 한국에서 환전해 돈을 송금하게 된다. 외국환거래법에 따라 2천달러 초과 금액을 해외로 반출하거나 1년에 5만달러 이상을 송금하려면 한국은행에 신고를 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경우, 단순히 신고를 피하기 위해서라고 보기는 어렵다. 외화 대출 용도인 보증신용장은 모두 한국은행에 신고하도록 되어있고 정유라씨의 경우에도 대리인을 보내 한국은행 신고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보증신용장을 통해 현지에서 유로로 대출을 받아 그곳에 주택을 구입할 경우 환율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게 이점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국내에서 담보를 토대로 원화로 대출받아 환전 뒤 송금하는 경우에 비해 보증신용장으로 현지에서 유로 대출을 받으면 환율 위험(리스크)이 줄어든다”면서 “추가로 유로당 10원 수준의 환전 수수료, 송금 수수료 등을 절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는 ‘최순실의 금융권 조력자’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정재호 의원은 지난 28일 국회 정무위에서 “기업이 무역을 할 때 한도를 설정하고 내주는 지급보증을 은행에서 매우 이례적으로 정유라씨 개인에게 내줬다”면서 “금융권에도 최순실씨의 조력자들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대출 과정의 불법성 여부 등을 파악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