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가 일어나자, 정치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진도 팽목항과 실종자 가족이 머물고 있는 진도 실내 체육관을 방문합니다. 정치인들이 방문하면 팽목항이나 진도 실내체육관은 모든 브리핑과 진행이 일순간 멈추어지고, 방문한 정치인에게 모든 포커스가 맞춰집니다.
실종자 가족들에게는 구조 작업이 중요하지만, 실종자 수색은 정치인의 팽목항 방문 일정과 동선에 맞춰 변경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세월호 참사 실종자, 유가족들은 정치인의 방문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몰래 온 박원순 VS 사전 예고 정몽준
5월 14일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박원순, 정몽준 후보도 세월호 침몰사고 현장을 방문했습니다. 똑같이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세월호 사고 현장을 방문했지만, 그들의 모습은 많이 달랐습니다.
정몽준 후보는 국회의원 사퇴 기자회견장에서 이미 진도를 방문하겠다고 기자에게 밝혔고, 박원순 시장은 기자단에 알리지 않고 실종자 가족이 있는 진도실내체육관을 방문했기 때문입니다.
박원순 시장이 진도실내체육관에서 실종자 가족을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기자들은 아무도 몰랐습니다. 박 시장이 사진에 찍히거나 언론에 공개되지 않으려고 일부러 혼자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박원순 시장을 알아본 기자에 의해 사진이 촬영됐으며, 실종자 가족과 만나는 사진은 모두 먼 거리에서 몇 장 촬영됐을 뿐입니다. 특히, 박원순 시장은 유가족과는 대화를 했지만, 기자와는 인터뷰를 하지 않고 팽목항을 떠나기도 했습니다.
문전박대 정몽준, 무릎 꿇은 박원순
박원순, 정몽준 후보 두 사람 모두 진도를 방문하고 실종자 가족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느낌이 전혀 다르게 다가옵니다.
정몽준 후보는 진도 팽목항에 있는 세월호 가족 대책본부 천막을 방문했는데, 외부에 '가족외 출입금지'라는 표시가 있어서 그런지 들어가는 정몽준 후보의 모습이 왠지 남의 집에 가는 듯한 느낌입니다. 아니나다를까 실종자 가족은 '가족 대책본부' 천막 앞에 붙은 '실종자 가족외 출입금지' 문구를 떼어 정몽준 후보에게 보여주면서 '유가족도 아니면서 왜 들어 왔느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진도 실내체육관에 방문했는데, 실종자 가족을 만날 때마다 계속해서 무릎을 꿇고 가족들을 만났습니다. 박원순 시장의 모습을 보면 마치 큰 죄를 저지르고, 용서를 계속 빌고 있는 듯한 장면을 연상하게 합니다.
두 사람 모두 실종자 가족과 어떤 얘기를 나눴는지는 모르겠지만, 외적인 모습을 놓고 보면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59세 나이에 엉엉 우는 울보 박원순
진도 실내체육관을 방문한 박원순 시장과 팽목항을 방문한 정몽준 후보는 모두 눈물을 흘리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누군가를 위로할 때의 자세
정치인들은 어느 자리에 가던지 그 자리에 맞는 행동과 말, 옷차림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특히 사고를 겪은 유가족을 방문하는 자리는 옷차림을 통해 그들의 슬픔을 함께 위로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2003년 2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 당선인은 대구 지하철 참사 현장을 방문했습니다. 사고 현장을 방문한 노무현 당선인은 부상자가 있는 병원을 방문해 위로하고, 유족이 있는 빈소를 찾아갔습니다. 노무현 당선인의 병원 방문 당시와 빈소에서의 옷차림은 전혀 달랐습니다. 병원에서는 사파리 점퍼에 색깔 있는 넥타이를 착용했지만, 빈소에서는 검은 넥타이에 검은 양복 차림이었습니다.
2012년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오전 11시 대구 서문시장에서 유세하며 시민들을 향해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기도 했습니다. 이후 박근혜 후보는 오후 2시 40분 구미 가스 폭발 사고 현장과 빈소를 방문합니다. 박근혜 후보의 빈소 방문 복장은 유세 현장과 똑같았습니다. 검은색 정장을 입지 못했다면, 최소한 브로치라도 빼고 왔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고가 나면 정치인들은 늘 현장을 방문합니다. 유족을 위로하고 대책을 마련한다고 하지만 실제 그들 주위에는 유가족보다는 브리핑하는 정부 관료와 취재 기자, 그들을 보호하는 경찰들뿐입니다. 진짜 손을 잡아줘야 할 국민은 기자와 공무원, 경찰에 가로막혀 그들을 만날 수도 없고, 사진 촬영의 들러리로 전락합니다.
정치인이 만나야 할 사람은 기자와 공무원, 경찰이 아닙니다. 그들이 바라보아야 할 곳은 카메라 렌즈가 아닌 너무 슬프게 울어 새빨개진 유가족의 눈입니다. 그들이 잡아주어야 할 손은 브리핑을 끝내 공무원의 손이 아니라, 제발 살아 돌아오라 빌고 빌어 퉁퉁 부은 실종자 가족의 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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