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건강

[시사기획 창] 죽음 부른 통증 주사, '오염 주사' 맞고 6명 끝내 사망..주사 맞고 숨진 아내..몸에선 '살 파먹는 세균' 나와

류. 2019. 10. 29. 10:54


동영상 출처 https://news.v.daum.net/v/20191026211035821



[죽음 부른 통증 주사]① 25명 집단감염됐는데 원인도 안 밝힌 보건당국





■ "주사를 맞았는데 이상증세가 발현됐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1번 환자가 확진 받기 닷새 전이었다. 2015년 5월 15일,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보건소로 한 남성이 전화를 걸었다. 수정구의 한 마취통증의학과 의원에서 오른쪽 팔꿈치에 주사를 맞았는데 붓고, 열이 나고, 아프다는 내용이었다.


"주사를 맞았는데 이상증세가 발현됐다고 민원을 제기한 거죠. 신고자만 그런 게 아니고, 주사 맞고 이상증세가 있어서 입원실이 있는 다른 병원으로 여기저기 막 갔더라고요. 병원 가서 여기서 주사 맞은 사람이 누군지 입원한 사람이 누군지 파악했더니 15명 정도 된 거죠."


- 당시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보건소 담당자



피해자는 사흘 뒤 모두 25명으로 늘었다. 인근 병원 7곳에 입원한 환자만 16명이다. 이 가운데 9명은 주사를 맞은 어깨와 무릎, 팔꿈치 부위에 고름이 차올라 환부를 도려내는 수술까지 받았다. 모두 같은 의원에서 의사 2명에게 신경차단술을 시술받은 환자들이었다. 시술에 사용된 약제는 국소마취제와 아미노산 주사제, 생리식염수의 혼합액이었다. 같은 주사를 맞은 환자는 모두 49명, 이중 절반에서 부작용이 발생한 셈이다.



■ 시작부터 삐걱댔던 보건당국의 역학조사



보건소 담당자는 경인지방식약청에 '의약품 등 유해사례'로 해당 민원을 보고했다. 그리고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 산하기관으로 의약품 부작용을 조사하는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이하 의약품안전원)에도 협조 요청을 했다. 그렇지만, 보건당국의 입장은 소극적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나마 경인지방식약청이 신고받은 날 바로 의약품을 거둬들인 게 다행이었다.


"식약처에다 물어봤더니 처음에는 자기네가 관련이 없다는 식으로 얘기하더라고, 그러면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하느냐 그랬더니 많이 발생하는 사례가 아니라는 거예요. 식약처도 뜨뜻미지근하고, 그다음에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도 자기네는 전국적인 사례만 해주지 개별적인 지역 사례는 안 해 준다고 그래서 안 되겠다. 그래서 복지부에다 얘기했어요. 얘기했더니 거기서는 왜 안 해 주느냐, 식약처에서 해야 하는데 왜 안 해 주느냐? 그래서 복지부에서 식약처로 지시가 떨어진 것 같아요."


- 당시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보건소 담당자


겨우 성사된 역학조사도 삐걱대는 건 마찬가지였다. 부작용의 원인이 무엇인지 밝히려면 유전자 분석을 할 수 있는 질병관리본부가 동참해야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마침 중동호흡기증후군, MERS 사태가 확산하던 시점이었다. 모두 1번 환자의 MERS 확진 여부에 눈과 귀를 모은 상황이었고, 질병관리본부는 지역 의원에서 발생한 주사제 부작용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관들이 메르스 때문에 대응이 정말로 너무 바쁘셨고, 그래서 그때는 못 나갔었고, 그래서 (유전자) 검사가 가능하다면 요청을 했겠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었어요.”


- 당시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 역학조사관



■ 반쪽짜리 역학조사…'약 부작용 아니고 감염이다'



2015년 5월 19일 의약품안전원과 수정구 보건소는 주사제 부작용이 발생한 의원에 대해 현장조사를 했다. 신고한 지 나흘 만이다. 이후 조사단은 인근 병원에 분산 입원한 환자들을 중심으로 역학조사를 이어갔다.


역학조사 과정에서 부작용의 원인을 짐작할 수 있는 결과가 나왔다. 환자 6명의 검체에서 황색포도상구균이 나온 것이다. 환자들에게 주사를 놓은 병원에서 조제한 혼합 주사액에서도 같은 균이 검출됐다. 가능성은 크게 2가지였다. 제조할 때 이미 오염된 약제가 부작용을 일으켰을 수도 있고, 문제없는 약제를 혼합하고 보관하는 과정에서 혼합 주사액이 오염돼 부작용을 일으켰을 수도 있다.


조사단은 혼합 주사액에 투여된 약제가 제조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는지 조사했다. 모든 약제는 부작용 발생 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일정량을 제조사가 보관하고 있다. 조사단은 해당 약제들을 투여했을 때 유사한 부작용이 있었는지, 제조사가 보관한 같은 제품에서 문제의 균이 검출되는지 확인했다. 그렇지만, 모두 문제가 없었다.


남은 가능성은 약제를 혼합하고 보관하는 과정에서 황색포도상구균이 들어간 것이다. 이를 확인하려면 환자의 몸에서 나온 균과 혼합 주사액에서 나온 균이 같은지 유전자 분석을 해야 했다. 그러나 유전자 분석은 의약품안전원의 역량을 넘어서는 일이었다. 질병관리본부의 협조가 필요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결국, 역학조사 보고서는 명확한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환자들의 검체와 혼합 주사액 내 황색포도상구균이 동일 감염원인지 검사가 시행되지 않아 결론 내리기에 한계점이 있다고 밝혔다. 식약처와 의약품안전원의 소관 업무인 '약의 부작용'이 아니라는 것만 밝힌 셈이다.



■ 오염된 주사 놓았던 의사들의 입장



감염사고 발생 당시 함께 일했던 원장과 부원장은 현재 각기 다른 곳에서 자신의 의원을 운영하고 있다. 취재진은 두 사람을 모두 만나 당시 상황을 물었다.


사고 당시 원장은 "증거는 없지만, 주사제 제조 과정에서 황색포도상구균이 대량으로 들어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제약회사 영업사원 탓을 했다. 원장은 "주사약을 미리 만들어 놓아도 되는지 제약회사 영업사원에게 물어봤다니 전혀 문제없다고 했다"며 "문제가 발생한 뒤 제약회사에 따졌더니 회사가 인정하지 않더라"고 억울해했다.


지금은 독립한 부원장은 더욱 강경한 태도를 드러냈다. 부원장은 "저희 생각으로는 주사제에 문제가 있었다"며 "제약 회사에서 수를 쓴 거 아닌가, 이런 생각까지 했다"고 말했다.



■ '솜방망이' 징계, '형식적' 수사



환자 25명이 집단감염됐지만, 제대로 된 처분이나 처벌은 없었다. 성남시 수정구 보건소는 해당 의원 간호조무사 증언을 토대로 해당 의원에 대해 '시정 조치' 명령을 내렸다. 시정 조치는 당시 법령 규칙상 감염관리가 부실할 때 보건 당국이 의원에 내릴 수 있는 최고의 조치였다. 보건소 담당자는 "그냥 잘하라는 뜻의 경고 정도"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대신 보건소는 의사들을 약사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약사법에서는 의사나 약사가 주사제 조제를 하게 돼 있는데, 해당 의원은 간호조무사에게 조제를 대신하게 했으니 위반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경찰의 판단은 달랐다. 증거불충분으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수정경찰서 소속 당시 담당자는 "오래전 일이어서 기억나지 않는다"며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 보건당국이 외면한 환자와 과제



두 명의 의사에게 주사를 맞았던 피해 환자 25명의 평균 나이는 당시 59살이다. 당뇨와 고혈압, 폐결핵 같은 질환을 앓는 장년층이다. 감염 이후 합병증이나 치료 이후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는 환자가 많았다.


그러나 역학조사를 했던 의약품안전원은 일부 환자의 증상을 확인하지 않았다. 해당 환자들은 감염사고를 일으킨 의원에서 통원치료를 받은 환자들이다. 당시 역학조사 보고서는 "통원치료를 받은 9명에 대한 의무기록을 확인"했지만, "의무기록 정보 부족으로 이상 사례 증상 파악 못 함"이라고 적었다. 의약품안전원은 환자들의 주민등록번호와 연락처까지 수집했지만, 어떤 상태인지 확인하지도 않았다.


게다가 보건당국은 병원 내 감염 가능성을 확인하고도 사실상 문제를 덮었다. 당시 대처를 이후 발생한 다나 의원, 원주 한양정형외과, 서울 현대의원 사건과 비교해 보면 문제점을 알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다나 의원 사건이 발생하자 1,055명의 환자에게 C형 간염 확인 검사를 해 78명이 항체 양성자임을 확인했다. 양천구 보건소도 다나 의원을 다녀간 2,268명 중 2,257명의 연락처를 확보해 2,050명에게 검사를 안내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원주 한양정형외과에서 주사나 시술을 받은 환자 15,443명을 대상으로 C형 간염 등 혈액 매개 감염병 확인검사를 해 검사를 받은 1,545명 중 217명이 C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을 확인했다. 또, 서울현대의원 내원자 10,445명 중 7,303명에 대해 C형 간염 검사를 완료했고, 335명이 C형 간염 항체 양성자인 것을 확인했다.


통증 의원은 신경차단술을 시술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주사제를 혼합해 사용한다. 혼합과정에서 감염관리가 안 됐다면 2015년 5월에 발생한 한 건의 사고뿐만 아니라 모르고 지나갔을 다른 사고가 있을 수도 있다. 따라서 보건당국은 해당 의원을 다녀간 환자를 대상으로 다른 감염증이나 합병증, 후유증 여부를 확인할 역학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있었다.


취재진은 보건당국이 외면했던 환자들의 피해를 파악하기 위해 수소문했다. 성남시에 협조를 요청했지만, 승낙을 받지는 못했다. 이에 환자 25명이 분산돼 치료를 받은 인근 7개 의료기관에도 방문하거나 전화해 협조를 구했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출처

https://news.v.daum.net/v/20191020151242098



[죽음 부른 통증 주사]② '오염 주사' 맞고 최소 110명 감염..6명 끝내 사망





[탐사K / 편집자주]
4년 전 성남의 한 개인 병원에서 주사를 맞은 환자 25명이 집단으로 감염증을 앓았다. 보건복지부는 이런 사실을 파악하고도 사고 원인을 제대로 규명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2019년 10월 20일 KBS '뉴스9' 보도) 보건 당국이 외면한 사례는 이뿐일까. 탐사K 취재팀은 숨겨진 주사 감염 피해 사례를 더 확인하기 위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의료 감정 결과를 분석했다. 자료 확보와 자문은 국회 보건복지위 윤일규 의원(신경외과 전문의)이 맡았다.



● 지난 5년간 주사 감염 피해자 110명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신청된 병원 내 감염 사례는 지난 5년간 452건에 이르렀다. 취재팀은 이 가운데 '주사 감염' 사례만 별도로 걸러냈다. 감정 결과를 토대로 주사 감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된 피해자를 선별한 결과 452명에서 110명의 사례가 추려졌다.


주사 감염 피해자 110명 중에는 이미 언론 보도로 알려진 집단 주사 감염 피해자 43명이 포함돼 있었다. 2016년 '다나의원 C형 집단간염' (30명)과 2017년 '박연아이비인후과의원 집단 감염'(13명)이다. 이 두 건에 대해서는 질병관리본부가 역학 조사를 벌였다.


따라서 이번에 취재팀이 새롭게 확인한 피해자는 67명으로 파악된다. 모두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를 거치지 않은 사례들이다. 병원 이름이 공개되지 않아, 각 사례가 한 병원에서 일어난 '집단 감염'인지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 탐사K 취재팀은 보건 당국이 외면한 주사 감염 사례 67명 건을 중심로, 주사 감염의 양상과 원인을 심층 분석해봤다.



● 주사 감염 버티지 못한 6명 끝내 사망



환자가 균에 오염된 주사를 맞으면, 면역 상태에 따라 치명적일 수 있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발생한 연쇄 사망 사건도 주사 오염 가능성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다. 주사 감염 피해자 110명 중에서 감염증을 이기지 못하고 끝내 사망한 환자는 6명으로 분석됐다.





사망자 6명은 주사를 맞은 뒤 수일 내에 골수염, 뇌수막염, 척추염, 괴사성근막염 등 감염증 증상을 보였다. 그러다 장기부전이 오고, 패혈증 쇼크로 숨졌다. 윤일규 의원실 김현지 비서관(내과 전문의)은 "균에 오염된 주사를 맞으면 근육이나 혈관 내로 직접 세균이 주입되는 것"이라며 "심할 경우 수 시간 내에 패혈증으로 진행해 목숨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 통증 주사 22 차례…끝내 숨진 58세 남성


경남에 거주했던 한 58살 남성은 2017년 4월 10일 경남의 한 마취통증의학과 의원에서 통증 주사를 맞았다. 그리고 다음날 갑자기 구토하면서 쓰러졌다. 김 씨는 뇌수막염 진단을 받고, 한 달 만에 숨졌다. 원인균은 폐렴연쇄구균이었다.


해당 의사는 2015년 12월부터 김 씨가 숨질 때까지 1년 4달 동안 통증 주사를 22차례 맞혔다. 20일마다 한 번꼴이다. 퇴행성척추질환 치료 목적이었다지만, 의사는 김 씨가 정말 척추 질환을 앓고 있는 건지 한 번도 검사하지 않았다.


감염 관리 역시 엉터리였다. 의사는 일회용 비닐장갑을 수차례 재사용했고, 주사 부위를 제대로 소독하지 않고 시술을 했다. 감정서는 '기초적인 문진, 활력 징후 조사 기록이나 감염관리 지표인 기초적인 혈액 검사를 22회 시술을 하는 동안 한차례도 시행한 기록이 없다'며 의사의 감염관리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 기저질환 없었던 30대 여성...주사 맞고 나흘만에 사망


강원도의 한 37세 여성은 지난해 12월 4일 강원 지역의 한 마취통증의학과의원에서 왼쪽 무릎 부위에 통증을 완화해주는 '신경차단술' 주사를 맞았다. 이 여성은 사흘 뒤 패혈증으로 인한 호흡곤란이 오면서 응급 후송됐고, 나흘 만에 숨졌다. 패혈증 원인은 고름사슬알균이었다. 감정서는 '무균적 조작의 미흡함이 괴사성근막염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적고 있다.



# 50대 남성 어깨에 주사 맞고 염증…급성 패혈증으로 사망


51세 남성은 지난해 11월 23일 충북의 한 신경외과의원에서 어깨 부위에 통증을 줄여주는 관절강 내 주사를 맞았다. 그리고 사흘 만에 급성 패혈증으로 숨졌다. 패혈증 원인에 대해 감정서는 '패혈증의 원인은 어깨 부위 염증 감염'이라며 '의사 처치 행위(주사) 때문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 ‘통증 주사’ 처방 남용이 주사 감염 주범 ?



취재진이 새롭게 확인한 피해 환자 67명 중 23명, 35%는 마취통증의학과, 정형외과 등에서 신경차단술 시술을 받았다. 신경차단술은 가장 널리 시술되는 통증 치료 주사다. 빠른 통증 완화 효과 덕에 널리 처방되고 있다. 지난해 우리 국민 579만 명이 신경치료술을 2,775만 회 받았다. 10명 중 1명꼴로, 1년 안에 평균 4~5회 통증 주사를 맞은 셈이다.


탐사K 취재팀이 보도한 '성남 집단 주사 감염' 사례에서도 신경차단술의 통증 주사가 감염원으로 지목됐다. 이 병원에서는 4명의 간호조무사가 돌아가면서 주사제를 혼합 조제했는데, 무균 조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현행 약사법에 따르면, 간호조무사가 의사의 감독을 받지 않는 상황에서 주사제를 혼합 조제하는 것은 불법이다.


신경차단술 외에도 신경성형술(5명), 관절강내주사(5명), 프롤로주사(6명) 등 주로 관절이나 척추 통증 치료 시술이 주사 감염에 취약한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통증 주사가 동네 병원에서 남용돼 처방되다 보니 감염 위험도 커졌다고 분석했다. 정형준 원진녹색병원 재활의학과장은 "주사제는 기본적으로 위험하다"며 "감염 위험은 확률적인 부분이어서 통증 주사를 1,000회 놓으면 1명은 분명히 감염사고가 발생한다고 인식된다"고 말했다.



● 동네 병원 다니는 어르신, 주사 감염 ‘사각’



주사 감염 피해자 67명 중에는 50대가 19명으로 가장 많았다. 60대(17명)와 70대(10명)가 그 뒤를 이었다. 50대 이상이 49명으로 73%를 차지했다. 퇴행성 관절염이 시작돼 통증 치료를 자주 받는 환자들이 주사 감염에 취약한 것으로 풀이된다.


의료기관별로 보면, 주사 감염 사례는 대부분은 감염 관리가 열악한 이른바 '동네 병원'에서 발생했다. 피해자 67건 명중 60명(89%)이 1, 2차 의료기관에서 주사를 맞았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의원급 주사 감염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감시 체계를 갖추고 있지 않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6월 반복되는 주사 감염사고를 근본적으로 예방하겠다며 의료 관련 감염 종합대책을 내놨다. 대책의 골자는 오는 2023년까지 일선 개원의를 포함한 모든 의료기관에 감염관리 전문 인력을 지정, 배치하겠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후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뒤따르지 않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윤일규 국회 보건복지위 위원은 "보건당국은 주사감염의 정확한 실태를 모르고 있다"며 "병원 내 주사 감염의 실태를 조사하고 감시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고, 무엇보다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https://news.v.daum.net/v/20191021115252814



[죽음 부른 통증 주사]③ 주사 맞고 숨진 아내..몸에선 '살 파먹는 세균' 나와





■ 아빠의 저녁상, 엄마의 마지막 생일파티



속초의 한 가정집 부엌에서 저녁 준비가 한창이다. 달구지도 않은 프라이팬에 고기를 굽고, 수저로 밥솥에서 밥을 푼다. 부엌일에 영 서툰 아빠의 모습이다. 반찬거리가 있나 냉장고 문을 열어보지만, 마땅한 게 없다. 고기 한 접시와 김치 등이 전부인 단출한 밥상 앞에 아빠는 두 아이와 함께 앉았다.


큰아들이 몇 숟가락 뜨자 밥이 왜 이렇게 딱딱하냐고 묻는다. 아빠가 밥을 하니까 딱딱하다고 덧붙인다. 별 뜻 없이 한 얘기지만, 아빠는 괜스레 미안하다. 두 아이에게는 엄마의 빈자리가, 남편에게는 아내의 빈자리가 느껴지는 저녁상이다.


두 아이가 잠든 밤, 안방에는 아빠 혼자다. 아빠는 휴대전화에 담아둔 엄마의 마지막 생일파티 영상을 본다. 생일 축하 노래를 함께 부르고, 두 아이는 엄마에게 고마움을 담아 얘기한다. 아내의 마지막 생일은 2018년 9월 11일, 아내가 숨지기 두 달 전이었다.



■ "미끄러졌을 뿐인데"…주사 맞고 숨진 아내



아내는 지난해 12월 초 집안일을 하다 욕실에서 미끄러졌다. 왼쪽 종아리 근육이 놀란 정도였다. 아내는 12월 4일 속초의 한 마취통증의학과 의원을 찾았고, 해당 의원에서 이른바 '통증 주사'라고 불리는 '신경차단술' 시술을 받았다.


'신경차단술'은 통증을 느끼는 신경 주위에 약물을 주입해 염증을 씻어내고, 짧은 기간 신경을 마비시켜 통증을 가라앉힌다. 해당 의원은 염증을 씻어내는 데 스테로이드인 트리암시놀론을 사용했고, 마취제로 리도카인, 그리고 생리식염수를 섞었다.


저녁 때쯤 아내의 무릎이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이틀 정도 기다렸지만, 부기는 가라앉지 않았다. 아내는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며 며칠을 앓았다. 12월 7일 새벽이 되자 아내의 말은 점점 어눌해졌고 숨은 가빠졌다.


남편은 새벽 네다섯 시쯤 구급차를 불렀다. 구급차는 두 군데 병원을 들렀지만, 아내의 상태는 손 쓰기 힘든 상황이었다. 수축기 혈압은 정상인 120(mmHg)의 절반밖에 안 되는 60이었다. 호흡곤란으로 몸속에 산소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피부가 퍼렇게 뜨는 청색증까지 왔다.


마지막으로 도착한 종합병원에서 의사는 남편을 따로 불렀다. 하루나 이틀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며 가족들을 불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얼마 뒤 아내는 응급실에서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생을 마감했다.



■ 범인은 '살 파먹는 세균'



의사는 가족들이 모인 뒤 아내의 사인을 설명했다. 허벅지에서 '괴사성 근막염'이 시작돼 배 아래쪽까지 타고 올라갔다고 말했다. 또, 괴사성 근막염을 일으킨 세균이 혈관으로 많이 들어갔고, 모든 장기를 돈 상태여서 장기도 상태가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패혈증'이었다. 괴사성 근막염과 패혈증을 일으킨 원인균도 알려줬다. 화농성 연쇄상구균이라고도 불리는 '고름사슬알균'이었다.




'고름사슬알균(Streptococcus pyogenes)'은 고름(pyo)을 생성(genes)하는 동그란 알균(coccus)이 사슬(streptos)처럼 이어진 모습을 하고 있다. 피부농양의 원인균이지만, 일반인에게 흔히 무증상으로 존재한다.



문제는 균이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뚫고 들어올 때다. 고름사슬알균은 우리 몸 속에서 독소를 뿜어 세포를 파괴한다. 초기 증상은 감염 부위에 열이 나고, 붓고, 붉은 반점이 생기는 봉와직염(연조직염, cellulitis)을 일으킨다. 적절히 치료하지 못하면 살이 썩는 괴사성 근막염으로 발전한다. 이 때문에 '살 파먹는 세균(flesh-eating bacteria)'으로도 불린다. 잠복기는 1~3일로 짧고, 심한 경우 독성쇼크증후군으로 급사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 보건소·경찰·의료중재원…"해당 의원, 무균 조제 원칙 안 지켰다"



아내는 사망 당시 30대 후반으로 고령도 아니었고, 음주와 흡연을 하지도 않았다. 당뇨와 고혈압 등 과거력도 없었다. 통증의학과에서 신경차단술을 받기 전 진료기록은 이비인후과에서 인두염과 비염 치료를 받은 게 전부였다. 남편은 의료사고를 의심하며 의사를 고소했다. 이에 보건소는 올해 1월 중순, 경찰은 2월 초에 해당 의원을 대상으로 각각 현장조사, 압수수색을 했다.





보건소 현장조사 결과는 해당 의원이 무균 조제 원칙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왔다. 해당 의원의 간호조무사는 아침에 출근해 신경차단술에 사용할 통증 주사를 미리 혼합 조제했고, "리도카인의 경우 주사기 바늘만 바꿔서 4명에게 사용했다"고 진술했다.


해당 의원의 감염 관리가 허술했던 점은 경찰 수사에서도 확인됐다. 경찰은 남편에게 해당 의원이 "약품을 미리 혼합해서 보관하고 있다가 환자에게 투약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의원의 과실과 환자의 죽음 사이의 '인과관계'를 규명하기 위해 노력하다가 '인과관계'가 추정된다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약칭 의료중재원) 감정 결과를 보고 의사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수사 착수 6달 만이다.





■ '의료 관련 감염'에 취약한 믹스 주사와 의원급 의료기관


의사가 숨진 환자에게 시술한 '신경차단술'은 '신경치료술'이라고도 불리며 국민 10명 중 1명꼴로 시술받는 '국민 통증 치료술'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지난해 579만 명이 2,775만 회 시술받았다. 진료금액은 1조 원이 넘지만, 시술 건수로 나눠보면 회당 3만7천 원 수준이다. 다른 시술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효과가 좋다 보니 나이가 들수록 신경차단술을 즐겨 찾는다.


문제는 조제 과정이다. 신경차단술에 쓰는 주사는 소염진통제와 국소마취제에 생리식염수 등을 섞는 이른바 '믹스 주사'다. 이때 무균조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감염관리에 실패하면 '병원 내 감염'으로도 불리는 '의료 관련 감염'이 일어날 수 있다. 의료기관은 바이러스나 세균을 가진 환자가 수시로 드나들고, 진료를 받고, 주사를 맞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5년 서울 양천구 D의원, 2016년 강원도 원주시 H의원, 2017년 서울 서초구 P의원 등은 주사나 수액 혼합과정에서 감염관리에 실패해 대규모 '의료 관련 감염사고'를 일으켰다.


신경차단술 시술의 75%는 의원급에서 이뤄진다. 의원급 의료기관은 병원급 이상과 달리 감염관리실이나 감염전문가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감염관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원장만 눈 감으면 관행과 효율성을 이유로 미리 혼합주사액을 조제하거나 일회용 주사용품을 재사용하는 등 불결한 환경에서 조제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 전남 순천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간호조무사는 취재진에게 일부 의원의 감염관리가 얼마나 허술한지 직접 찍은 사진을 보내며 증언까지 했다.


"신경차단술 주사는 원장님이 몇 대 몇으로 섞어서 쓰잖아요. 섞어서 만들어 놔라 얘기해요. 실제로 그렇게 해서 10개, 20개 해서 놔두고, 남은 건 그다음 날까지 쓰고 했는데, 실제로 한 분이 염증이 생겨서 왔어요."


"라이넥(태반주사)도 섞고, 마늘주사도 섞고, 그러면 그거 섞을 때마다 10개, 100개씩 계속 시린지(주사기) 써야 하잖아요. 같은 주사니 같은 액을 섞으니까 계속 그 주사 하나로 계속 그걸 뽑아 다시 수액에 뽑아 넣고 혼합을 한다고요."


- 전라남도 순천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간호조무사의 증언



■ 의사의 반론…'무균 조제했고, 환자 사망과 의료행위 관련 없다'





속초 사건의 당사자인 남편과 의사는 의료중재원에서 만났다. 아내의 사망으로 조정절차가 자동개시됐기 때문이다. 의사는 먼저 답변서를 통해 무균 조제 원칙을 지켰고, 아내의 괴사성 근막염 진행이 너무 빨랐다며 자신의 의료행위와 관련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정위원들 앞에 출석했을 때도 일관되게 결백을 주장했다.




반면, 의료중재원 감정위원들의 판단은 달랐다. 무균 조제 원칙을 지켰다는 주장에 대해 "해당 시술 시 무균적 조작의 미흡함이 괴사성 근막염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감정했다. 또한, 괴사성 근막염 진행이 너무 빨랐다는 주장에 대해 "괴사성 근막염이 급성 질환으로서 빠른 전파속도, 전격성 경과 등을 나타내는 질병임을 고려하면, 이 사건 시술 당시 괴사성 근막염이 발병한 상태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반박했다.


이와 같은 감정 결과를 받은 남편은 조정부 위원들 앞에서 합의 의사를 밝혔다. 의사는 감정 결과와 조정 절차에 못마땅한 감정을 드러냈지만, 결국 조정 결과를 받아들였다.


취재진은 의사의 입장을 확인하기로 했다. 숨진 환자의 몸속에 직접 혼합액을 주입한 5cc 주사기를 실제로 바늘만 바꾼 뒤 재사용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9월 말부터 지금까지 모두 (몇) 차례 전화와 문자, 음성 메시지를 남기고 직접 자택을 찾아가기도 했지만, 끝내 의사의 반론을 받지는 못했다. 간호조무사도 수소문했다. 속초에 있는 간호학원 2곳과 간호조무사 카페, 맘 카페를 중심으로 간호조무사를 찾았지만, 만나지 못했다.



■ 보건당국이 '작은 사건'으로 치부할 때 발생하는 허점



속초 사건은 집단감염 사고가 아니기 때문에 보건당국 입장에서는 중요성이 떨어지는 작은 사건일 수 있다. 그러나 속초 사건은 제도의 허점을 더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가장 큰 허점은 의원급이나 외래환자에 대한 감염 감시가 제대로 안 된다는 점이다. 질병관리본부가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에 위탁해 운영하는 '전국의료관련감염감시체계(KONIS)'는 대형병원 위주로 구성돼 있다. 전국의 6만 5천여 곳의 병·의원 중에 227곳만 참여하고 있다. 감시 모듈도 중환자실, 수술 부위, 신생아중환자실, 손 위생 정도다.


이러다 보니 중소병원만 돼도 감시 사각지대에 놓인다. 질병관리본부가 중소병원 감염관리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지만, 기능은 교육 정도에 그친다. 심지어 의원급에 대해서는 보건소의 지도 감독이 사실상 전부인데 해당 의원은 사고가 날 때까지 사전조제나 주사기 재사용이 적발되지 않았다.


다음으로 기존 역학조사 기준의 허점이다. 의료 관련 감염은 수술이나 치료 과정에서 피부라는 1차 방어선을 뚫고, 근육이나 장기, 혈관에 직접 닿는 의료기기를 주된 매개로 한다. 따라서 의료기기의 감염 관리가 제대로 안 되면 1명의 피해만 발생하더라도 병원체는 금세 병원 내 다른 환자에게 전파될 수 있다. 2명 이상의 집단감염을 전제로 한 역학조사 기준을 완화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속초 사건의 경우, 역학조사가 이뤄졌다면 진실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환자의 몸에서 나온 고름사슬알균을 해당 의원에서 제조한 혼합 주사액이나 사용한 주사기, 가운 등에서 채취한 세균과 유전적으로 일치하는지 분석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기준으로는 언론이 대대적으로 떠들지 않는 한 역학조사를 검토할 대상조차 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행정처분 지연이다. 속초시보건소는 지난 1월 17일 보건복지부에 해당 의사에 대한 행정처분을 의뢰했지만, 복지부는 9달 만에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며 추가 자료를 제출하라고 회신했다.


그러나 해당 의원은 이미 지난 3월에 폐업해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을 입증할 방법은 의사와 간호조무사의 증언밖에 없다. 복지부가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문건을 신속히 돌려보내 어떤 증거가 필요한지 알려줬다면 이런 혼선을 빚지 않았다.





출처

https://news.v.daum.net/v/Nl6BNEx4z6?f=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