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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연쇄살인 생존자 2명 "그놈이 덮칠때 똥밭 빠져 살아.. 몸 왜소하고 목소리 저음"

류. 2019. 9. 25. 11:00

- 화성연쇄살인범 성폭행 위기서 극적으로 탈출한 여성 증언
이춘재 고교때 사진 보고 "잘 모르겠다, 깜깜해서 얼굴 못봐"
"범인이 주먹으로 얼굴 마구 때려 피투성이.. 지금도 몸서리"

용의자 이춘재의 고교시절 사진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이춘재(56)는 30여년 전 사건 당시에도 꼬리를 밟힐 뻔했다. 최근 경찰이 찾아낸 과거 수사 기록에서 조사를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그러나 주먹구구식 수사, 과학수사 기법의 한계 탓에 끝내 법의 심판대에 세우지 못했다. 본지는 1986년 11월 당시 이춘재로 추정되는 인물에게 끌려가 성폭행 위기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A(69)씨를 24일 찾아냈다. 10차례 사건 중 2차(1986년 10월 20일 발생)와 3차(1986년 12월 12일) 사이에 벌어진 사건이었다. 화성 사건이 벌어진 무대인 태안읍에 살았던 A씨는 사건 직후 경찰 조사도 받았다. 당시 경찰은 A씨에게 "연쇄살인마와 A씨를 공격한 남성은 같은 사람"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놈이 얼굴을 사정없이 때리는데 '꼼짝없이 죽는구나' 생각했다. 천운(天運)이다. 죽다가 살아났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이 일어났던 1986년 늦가을을 떠올리던 A씨는 눈시울을 붉히며 울먹였다. A씨는 그해 11월 19일 밤 논두렁 사이에서 자신을 덮친 괴한으로부터 마구잡이로 얼굴을 얻어맞았다고 했다. 이 괴한은 피범벅이 된 얼굴을 감싸고 있던 A씨를 질질 끌고 어둠 속 논밭에 숨었다. A씨는 "맞으면서 '동네 살인마가 이 남자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A씨는 그날 김장 일손을 도와주러 화성군 태안읍 안녕리 한 성당 근처에 있는 지인 집을 찾았다. 일을 끝내고 저녁을 먹은 뒤 오후 8시 30분쯤 귀갓길에 나섰다. 쌀쌀한 날씨여서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걸어서 10분 남짓한 집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가로등이 없어 사방이 어두웠다. 5분쯤 지났을 때 맞은편에서 누군가가 걸어오고 있었다. 그대로 스쳐 지나갈 줄 알았던 그는 느닷없이 A씨를 덮쳤다.

A씨는 "남자가 '꼼짝 마'라며 붙잡았고 주먹으로 얼굴을 사정없이 때렸다"며 "키는 나보다 조금 컸고 몸은 왜소했으며 목소리는 중저음이었다"고 했다. A씨 얼굴은 금세 피와 멍투성이가 됐다. 맞느라 눈조차 뜰 수 없던 A씨가 끌려간 곳은 빛 하나 없이 어두컴컴한 논밭이었다.

A씨는 안간힘을 쓰며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주변은 소를 키우는 목장, 논밭이라 인적이 없었다. 다행히 소똥이 가득했다. A씨는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온몸을 아등바등거리며 똥밭에 나뒹굴었다"며 "냄새가 나서 그랬는지 포기하고 가버렸다"고 했다. 당시 사건으로 A씨는 앞니 2개가 부러졌고 윗입술이 터져 5바늘을 꿰맸다. A씨는 "다음 날 경찰에 신고해 조사도 받았고, 그 뒤에도 경찰이 여러 번 찾아왔다"고 했다.

A씨의 증언은 화성 사건 당시의 정황과도 겹친다. A씨가 봉변을 당한 사건은 1차(태안읍 안녕리 목초지)와 3차(태안읍 안녕리 축대) 발생 장소와 근접해 있다. A씨는 "(똥밭이 아니라) 다른 데로 끌려갔었으면 저도 다른 이들처럼 죽었을지도 모른다"면서 "똥 때문에 살았다"고 말했다.

본지가 입수한 이춘재의 고교 시절 사진과 화성 사건 용의자의 몽타주를 본 A씨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A씨는 "불빛 하나 없는 깜깜한 밤이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이춘재가 지목됐다는 뉴스를 보고 '드디어 밝혀질 것이 밝혀졌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아직도 그때가 잊히지 않고 생생하게 떠올라 몸서리친다"고 했다.

A씨 사건 직후인 1986년 11월 30일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B(당시 45세)씨는 오후 9시쯤 집을 나섰다가 괴한에게 납치돼 인근 논둑으로 끌려갔다. 이 괴한은 B씨의 양말을 벗겨 두 손을 묶고 속옷을 얼굴에 씌운 뒤 성폭행했다. B씨는 이 남자가 돈을 요구하자 "끌려오다 가방을 떨어뜨렸다"며 주의를 분산시킨 뒤 필사적으로 탈출에 성공했다. 당시 경찰이 B씨의 진술을 토대로 파악한 범인은 나이 25~27세, 키 160~170㎝가량의 호리호리한 몸매, 저음의 목소리 소유자였다.

한편 경기남부경찰청 전담수사팀은 이날 부산교도소에 프로파일러 등을 보내 4차 대면 조사에 나섰으나 이씨는 여전히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9명의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이씨의 범죄를 분석하고 있다.


출처

https://news.v.daum.net/v/20190925031057710?d=y